[전남일보]서석대>석유파동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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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서석대>석유파동의 교훈
김성수 논설위원
  • 입력 : 2023. 12.12(화) 16:35
김성수 논설위원
중동전쟁의 여파로 1970~1980년대 두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은 한국경제를 혼란에 빠트렸다.

한국은 1979년 3월 석유가격을 9.5% 올린 데 이어 1981년 11월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무려 337%나 석유가격을 올려야 했다. 석유 가격이 오르니 석유로 만들던 각종 화학제품 재료 가격도 폭등했다. 당연히 소비자 물가도 급등했다.

1980년 물가가 무려 40%까지 치솟았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당하는 정치적 혼란까지 겹쳐 1980년 한국 경제는 경제개발이 본격화한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5.2%)을 하는 수모를 겪는다.

석유 파동은 전세계에 큰 교훈을 남겼다. 중동 전쟁 당시 아랍 산유국들의 석유 무기화 정책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국가들이 ‘자원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식이 확산됐다.

한국은1980년부터 석유비축사업을 시작으로 40년간 전국 9곳에 비축기지를 건설했고, 1억 4600만 배럴, 전 국민이 106일 동안 사용 가능한 석유를 저장해 두고 있다.

최근 국내에 제 2의 석유파동이 재현되고 있다. 세계 최대 요소 생산국인 중국이 두차례에 거쳐 요수 수출을 막으면서 국내에 ‘요소수 대란’이 현실화 되고 있다. 중국 해관(세관)이 한국행 요소에 대해 보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우리는 2021년에도 중국의 수출 통제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문제는 2년전 똑같은 상황을 거쳤음에도 정부가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21년 당시 청와대는 ‘요소수 대응 TF’까지 가동했다. 해외 수입선 다변화, 국내 생산 추진 등 다양한 대안이 거론됐다.이같은 대책으로 2021년 중국산 수입 비중이 97%에 달했다가 수입처 다변화 정책을 통해 중국 수입을 66%로 낮췄지만 올해 다시 90%대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패권을 놓고 미·중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자원 무기화가 노골화되는 형국이다. 단순 요소수 뿐아니라 지난 8월부터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 이달부터는 배터리 소재인 흑연의 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고, 인산암모늄 수출 중단 얘기도 나온다.

어느 나라든지 국내수요가 우선으로, 필요하면 인정사정 없이 수출을 막는 게 국제사회의 냉혹한 현실이다. 석유파동 당시 자원확보라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