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돈이 되는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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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돈이 되는 혐오
노병하 취재1부 정치부장
  • 입력 : 2023. 12.11(월) 13:10
노병하 부장
지난 대선때 확 끌어 올랐다가 한동안 잠잠하던 남녀 갈등, 정확히는 남녀 혐오 갈등이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이번에도 게임 쪽이다. 넥슨이라는 게임 회사에서 하청업체에 의뢰한 영상에 혐오 제스추어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해당 논란은 11월25일에 발생한 것으로 스튜디오 뿌리 소속 팀장급 애니메이터인 댓서가 X(전 트위터)에 과격한 남성혐오성 관련 트윗을 작성하거나, 관련 트윗을 리트윗했던 과거 행적들이 네티즌에 의해 발견됐다. 이후 스튜디오 뿌리에서 외주를 맡은 애니메이션 다수에서 남성혐오 이스터에그로 의심되는 장면들이 발견됐다.

그 다음부터는 점입가경이다. ‘남성혐오 이스터에그가 전반적으로 퍼져 있다’,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 ‘남성혐오가 아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압박이다’, ‘남자가 그렸다’ 등의 인터넷 설전과 더불어 신문 지상에도 보도가 됐다. .

정치부 기자로서 해당 논란에서 한걸음 벗어나 본다면, 정말 이상한 현상이다.

혐오 혹은 비난할 대상은 다른데 있는 엉뚱한 이들이 서로 손가락질을 해대는 형국이다.

본질적으로 보자. 여성의 권위가 약하고 압박받는다면, 이를 통한 이득을 얻는 이가 있어야 한다. 뒤집어서 남성에 대한 혐오가 이치에 맞다면 은근 슬쩍이 아니라 당당히 내놔야 할 것이다. 구태여 의심을 살 행동을 먹고 사는 현장에서 해야할 이유가 있을까?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해보면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은 태어날때부터 선택받지 않는 이상, 출발선상부터 불합리와 핸디캡을 안고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런 청춘들에게 “네가 실패하는 것은 네가 게을러서”라면서 무한 경쟁을 강요하는 학교와 사회가 있다.

진짜 혐오의 대상, 혹은 비난의 대상은 청년들이 오롯이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노력하고 거기서 희망을 얻을수 있도록 조성해주지 못하는 모든 이들이어야 한다.

청춘들의 건전하고도 치열한 사회에 대한 고민과 삶에 대한 노력은 그 사회의 자양분이며 미래다. 우리 청춘들이 기껏해야 집값 걱정과 학비, 남녀간 혐오만을 부르짖는다면 우리 사회에 발전이 있을까.

아울러 이런 혐오는 왜 선거철만 되면 확대 생산되는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침소봉대가 다반사다. 확실히 혐오가 어딘가의 누군가에게 돈이나 권력이 되나보다. 이들을 찾아내는 것도 이번 선거의 또 다른 이벤트인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