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아이 울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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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아이 울음소리
양가람 취재2부 기자
  • 입력 : 2023. 12.03(일) 16:09
  •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양가람 취재2부 기자
아이의 울음소리엔 다양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생애 처음 폐호흡을 하게 되는 순간, 아기는 울음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이후에도 아기는 부모에게 자신의 감정상태를 알리기 위해,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젖먹던 힘까지 다해 울음을 터트린다. 옹알이 전부터 아기는 울음을 통해 부모에 대한 사랑(신뢰)을 느끼며 세상과 소통해 간다.

언젠가부터 한국에 아이 울음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불룩한 배를 드러낸 임산부, 유모차를 끌며 지나가는 부부의 모습조차 보기 드문 풍경이 됐다. 끝없는 비교와 경쟁, 극단으로 치닫는 (사회·경제적) 갈등…. 당장 이 세상을 살아내는 것 조차 힘든 현실에서 점점 더 많은 젊은이들이 출산은커녕 결혼을 포기하고 있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서트는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칼럼에서 “인구감소 문제에 있어 두드러진 사례연구 대상국”이라며 0.7명으로 줄어든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소개했다. 그는 “흑사병이 창궐하던 14세기 유럽 시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한국의 인구가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년 전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저출산의 원인과 대책을 내놓았고, 그 결과 많은 출산·양육 지원 정책들이 생겼다. 그럼에도 한국의 가파른 출산율 저하는 막지 못했다. 한국의 총 출산율은 1960년 여성 1인당 평균 6자녀에서, 2018년에는 여성 1인당 1자녀 미만으로 떨어졌다.날로 심각해져가는 저출산 기조 속 전남은 인구소멸 위기에 직면했다. 인구 수 감소로 문을 닫는 학교들이 늘었고, 어떤 시·군은 ‘몇 년 뒤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자체’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지자체들이 펼친 인구 정책들이 눈길을 끈다. 순천시는 나주시와 함께 전남지역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한 도시다. 여기엔 전남 지자체 최초 산후조리비용 지원은 물론 주산기전문병원·공공산후조리원 등 탄탄한 의료 인프라가 크게 한 몫했다. 또 오는 20일 문을 여는 ‘달빛어린이병원’이 전남 지역 소아 환자들의 의료권을 보장할 예정이라 앞으로도 청년층 유입을 기대해 볼 만 하다.

순천시 사례는 결혼과 출산만을 강요하는 단발성 정책 대신 미래에 대한 꿈을 꾸며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부모 혹은 세상에 대한 신뢰가 없는 사회에서 아이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자신의 존재를 소중히 여겨주는 부모, 행복하게 살 수 있단 믿음이 있는 사회에서 아이는 더 우렁차게 울음을 터트린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처럼, 지자체 뿐 아니라 나라 전체가 저출산 문제에 진지하게 접근해 주길 바란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