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금호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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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금호의 꿈
이용환 논설실장
  • 입력 : 2023. 11.30(목) 17:02
이용환 논설실장
“주력인 여객사업 일변도에서 벗어나 건설과 유통 등 유망사업에 과감히 진출하겠다.” 1989년 9월, 금호그룹 박성용 회장이 그룹의 새로운 청사진을 내놨다. 항공운송의 발달과 철도의 고속화로 광주고속의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건설과 레저, 유통 등은 부가가치가 높고 성장가능성이 큰 만큼 금호의 미래를 위해 이 부문의 참여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금호건설과 광주 북구 생용동에 건설된 광주 패밀리랜드였다.

‘광주에 제대로 된 백화점’을 만드는 것도 그의 꿈이었다. 1987년 광주시가 고속버스와 시외버스터미널을 광천동으로 이전키로 결정하자 박 회장은 친동생인 박정구 부회장과 함께 금호그룹이 건설하는 고속버스터미널 부지에 백화점 건립을 위한 설계에 들어갔다. 유통의 태동기, 지금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과 연계한 신세계백화점처럼 터미널과 백화점을 함께 만들겠다는 30년을 앞선 혜안이었다. “광산구가 광주시에 편입되면서 전국 4대 상권으로 떠오른 광주에 걸맞은 유통시설을 만들고 싶었다.”는 게 고 박성용 회장의 회고다.

하지만 백화점 건설의 길은 험했다. 당장 소상공인 보호를 이유로 지역사회의 반발이 높았고 특혜논란에 따른 광주시의 미온적인 태도도 난제였다. 유통업에 대한 노하우나 맨파워도 부족했다. 임대를 결정했지만 이번에는 사업권 확보를 두고 신세계와 롯데의 경쟁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칼자루를 쥐고 있던 금호는 고민 끝에 신세계와 손을 잡고 백화점 사업에서 물러났다. ‘광주신세계의 출범은 신세계 고위층과 금호 경영진의 정무적인 판단이었다’는 것이 금호의 설명이다.

그로부터 30여 년, 광주신세계가 새 백화점 확장 부지로 광주종합버스터미널을 확정했다. 터미널 부지 일부를 매입해 현재 사용중인 백화점과 연결한 복합 유통 랜드마크를 건설하겠다는 것이 광주신세계의 복안이다. 그야말로 새옹지마다. 사업권을 얻기 위해 금호에 협력했던 신세계는 불과 30여 년만에 금호로부터 칼 자루를 받았고 이제는 어떻게 그 칼을 쓸지 고민하고 있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신뢰와 의리다. 정무적 판단으로 진행됐던 그 옛날이야말로 금호와 광주신세계가 잊어선 안될 과거이면서 현실이다. 지난 2005년 타계한 고 박성용 회장은 왜 신세계라는 정무적 판단을 했을까. 창업주 고 박인천 회장부터 이어져 왔던 74년 금호의 꿈이 정무적으로 결정했던 신세계를 불씨로 다시 활활 타올랐으면 좋겠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