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사설>40년 분쟁 해남 만호해역 이대로 둘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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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사설>40년 분쟁 해남 만호해역 이대로 둘텐가
양보 통해 상생방안 모색해야
  • 입력 : 2023. 11.29(수) 17:30
국내 최대 김 양식 어장인 해남 송지면 만호해역이 말썽이다. 지난해 대법원이 민사소송에서 진도군의 손을 들어줬지만 진도와 해남 어민들이 합의안을 놓고 갈등을 벌이면서 양측의 감정싸움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김 양식을 포기한 해남 지역 어민들은 생계마저 위협을 받는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29일 해남군에 따르면 만호해역의 어업권을 둘러싼 해남-진도 어민들간 분쟁이 해결점을 찾지 못하면서 송지면 어란 어민 170여 명이 김 양식을 포기했다. 송지면 어란어촌계는 전국 물김 생산량의 25%를 차지하는 해남지역에서도 최대 김 생산지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진도군과 만호해역을 둘러싼 어업권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많은 어민이 김 농사를 포기했고 물김 위판량도 지난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소득이 끊긴 어민들의 생계도 막막한 상황이다.

1982년부터 40년째 이어져 온 만호해역 분쟁은 정부와 전남도, 해남군, 진도군의 무책임한 행정이 만든 예고된 결과다. 특히 바다라는 이유로 명확한 시·군간 경계가 없는 상황에서 당장의 분쟁을 줄이기 위해 진도에 대체면허를 내주고, 법적 근거를 이유로 지금까지 손을 놓고 있는 전남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40여 년 이어져 온 관습을 무시하고 현재의 잣대로만 상황을 판단하려는 진도군과 해남군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10개를 가진 기업형 어민이 1개를 지키겠다는 생계형 어민을 옥죄고 윽박지르는 것도 동의하기 어렵다.

한 바다를 놓고 어민과 자치단체가 서로의 관할권을 놓고 다투는 것은 볼썽 사나운 집안 싸움에 다름 아니다. 행정력을 낭비하고 주민간 불화로 이어져 지역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전남도와 진도군, 해남군의 상생을 위한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 어민들의 양보도 필요하다. 거칠고 힘든 바닷 일은 서로가 공감할 게다. 서로의 주장만 내세울 경우 더 큰 불화로 치닫을 가능성도 높다. ‘너무 절실하다. 제발 생계만 보장해 달라’는 상대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것, 그것이 상생의 첫 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