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현 사회부 기자. |
최근 지역에서도 교토삼굴의 자세로 의료 인프라를 준비해 온 강진의료원이 화두가 됐다. 코로나19에 확진된 장애인 산모가 탈없이 분만하게끔 도와줬기 때문이다. 통상 장애인 산모는 지역에서 분만을 시도하지 않는다. 산모·신생아 모두에게 위험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까지 확진됐다면 더욱 수술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강진의료원은 산모와 태아 상태 등을 진료한 뒤 시간과 거리상 다른 큰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 직접 분만을 시도하기로 했다. 이는 광주·전남 지역 최초 사례다.
산모를 위해 1인 음압 병실과 코로나19 전용 소독 수술실, 의료진 전원 레벨D 방호복 착용 등을 마련했다. 의료진은 1시간가량 수술 끝에 건강한 여아를 받았다. 다행히 코로나19 수직감염도 없었다.
강진의료원 도움으로 건강한 딸을 순산한 산모는 의료진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코로나 확진 장애 산모가 분만 할수 있었던 건 의료원이 ‘적자만 나는 지역의료원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날카로운 물음에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진의료원은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실시한 ‘전국 장애친화 산부인과 서비스 현장점검’에서 △침대형 휠체어 등 의료장비 부문 △진료환경 편의성 부문 등 각종 분야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에 선정, 전남도로부터 시설·장비 개보수 등의 비용 지원을 약속받았다.
앞서 코로나19 기간 전담병원으로서 역할을 해냈다. 병원에서 꺼리는 확진자 격리병동도 받아내 팬데믹 최전선에서 투쟁했다. 지역민을 위한 공공의료기관으로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한 것. 결국 그 경험은 코로나19 확진 장애 산모와 신생아를 살리는 바탕이 됐다.
최근 전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순천·강진의료원에 설치된 의료 장비 중 이용 건수가 한 건도 없는 사례가 있다’는 내용이 대두됐다. 국민의 혈세를 들여 고가 장비를 매입했지만 실적이 전무해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사람의 건강은 본인 임의대로 결정할 수 없다. 의료 시설은 언제 어떻게 사용될지 모른다. 위기가 닥쳐서야 필요하면 의미 없다. 의료원은 관할 지역민의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보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의료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고령화·인구소멸 등 문제가 큰 전남의 경우 자본 논리가 아닌 책임 논리가 필요하다. 강진의료원의 활약을 보면서 지역 공공의료원의 존재 가치와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따듯한 격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교토삼굴의 위기관리’를 할 수 있도록 행정·보건당국의 많은 관심과 지원이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