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포옹과 격려… 차분한 응원 속 치러진 수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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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수능
따뜻한 포옹과 격려… 차분한 응원 속 치러진 수능
광주·전남 수험장 표정
수험표 놓고 와 발 동동
경찰차 타고와 입실도
“끝… 맘껏 놀고싶어요”
  • 입력 : 2023. 11.16(목) 18:30
  • 강주비 기자·정상아 인턴기자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광주 석산고교(광주시교육청 26지구 제18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막바지 공부를 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202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6일 광주·전남 수험장 곳곳에서는 학생들을 응원하는 따뜻한 포옹과 토닥임이 이어졌다. 일부 학생이 수험표를 놓고 오거나 간신히 지각을 면하는 등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시험을 마친 학생들은 처음 맞는 ‘자유’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 단체 응원 없이 차분한 응원
 
“수험표, 전자기기 잘 확인하고! 끝나고 전화해!”
 
이날 26지구 제18시험장인 광주 남구 석산고등학교 정문에서 애타는 부모님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학생들은 애써 웃으며 ‘잘 보고 오겠다’는 말로 가족들을 달랬다. 교문에 들어서는 자녀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학부모들은 추위에 빨개진 손을 기도하듯 꼭 모아쥐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단체응원이 제한된 탓에 올해 수능 입실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가족과 선생님들은 큰 응원 소리 대신 따뜻한 포옹으로 학생들을 격려했다.
 
아들 김재윤(18)군을 배웅한 김춘호(50)씨는 “아들이 제가 걸어온 인생의 길을 잘 따라오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다”며 “아들이 수학을 잘하는데 이번에 킬러문항 배제로 불리하게 됐다며 걱정했다. 그래도 지금 해 왔던 것만큼만 하면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다. 수능이 끝나면 아들이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게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 26지구 제10시험장인 광주 서구 광덕고등학교 정문에는 이정선 광주시교육감과 관계자들이 응원 문구가 담긴 피켓과 현수막 등을 들고 수험생들에게 격려와 응원의 목소리를 전했다.
 
대동고등학교 김선춘(48) 교사는 “아이들이 긴장을 안 하다가 어제 수험표를 건네주니 그제야 실감을 하는 것 같았다”며 “지금까지 너무 잘 달려왔으니 오늘 긴장하지 말고 시험 잘 보고 왔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 수험표 놓고 와 ‘아찔’…문 닫기 직전 ‘골인’
 
이날 석산고에선 수험생 여모(18)군이 수험표를 집에 놓고 오는 긴박한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여군의 가족이 수험표를 가지러 집으로 급히 달려갔고, 여군은 교문 앞에서 초조히 가족을 기다렸다. 20여분을 기다린 끝에 다행히 여군은 수험표를 들고 무사히 입실을 마쳤다.
 
또 이번이 ‘세 번째 수능’이라는 한 학생은 너무 긴장한 탓에 정문에서 시험장까지 경찰차를 타고 입실하기도 했다.
 
해당 학생의 이동을 도운 광주 남부경찰 백운지구대 소속 윤호준 경장은 “학생이 많이 긴장했는지 얼굴이 창백해져 ‘시험장까지 못 올라갈 것 같다’고 해 바로 경찰차에 태웠다”며 “짧은 거리지만 대화 도중 제 모교인 광덕고 출신이라는 걸 알았다. 우연히 후배를 도와주게 돼 신기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광덕고에선 입실 시간이 임박한 8시 12분께 교문 통제에 나선 경찰관 사이로 급하게 차에서 내려 달려가는 수험생도 있었다.

● “시험 끝, 자유 시작!”
 
탐구 영역이 끝나는 시간이 다가오자 석산고 교문 앞은 수험생들을 마중 나온 학부모들로 북적였다. 오후부터 추적추적 내리는 궂은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학부모들은 우산을 든 채 하나둘 모여 들었다.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수험생 무리 속 자녀의 모습을 쫓는 학부모들의 표정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반면 시험이 끝난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수험장을 나오는 학생들의 표정은 대부분 밝았다. 성적보다는 당장의 ‘해방감’에 설레여 하는 모습이었다.

‘1등’으로 시험장을 나온 강재은군은 “12년 동안 해 오던 공부가 끝났다고 생각하니 허무하다”면서도 “부모님과 맛있는 식사를 한 후 잠시 탈퇴했던 게임 계정을 다시 만들어 게임을 마음껏 하고 싶다”고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광주고 김동현군도 “시간이 부족했던 문제가 몇 개 있었지만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당장은 후련한 마음이 크다”며 “아직 시험이 끝나고 뭘 할지 계획은 세우지 못했지만 일단 푹 쉬고 싶다. 집에 가서 3년 동안 공부했던 책들을 모두 버릴 거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광주에선 1만6089명이 38개 고사장에서, 전남은 1만3463명이 46개 고사장에서 수능을 치렀다.
강주비 기자·정상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