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시사문제 토론… 비극적 사건 다신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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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교육청
“역사·시사문제 토론… 비극적 사건 다신 없어야”
●여순사건 바로알기 골든벨 - 순천 복성고
1~3학년 50명 참여 공감대 확산
사전 배포자료로 의욕갖고 학습
난이도 높아지자 탈락자들 속출
최우수·우수·장려상에 상품권
“역사동아리 등 사전답사 큰도움”
  • 입력 : 2023. 11.01(수) 17:22
  •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순천 복성고 1·2·3학년 학생 50명이 1일 복성고 체육관에서 전남일보와 전일엔컬스가 주최·주관하고 전남도·전남도교육청 후원으로 열린‘2023 찾아가는 여수·순천 10·19사건 바로알기 골든벨’에서 퀴즈답을 들어보이고 있다. 나건호 기자
순천 복성고 1·2·3학년 학생 50명이 1일 복성고 체육관에서 전남일보와 전일엔컬스가 주최·주관하고 전남도·전남도교육청 후원으로 열린‘2023 찾아가는 여수·순천 10·19사건 바로알기 골든벨’에 참여했다. 나건호 기자
1일 순천 복성고 체육관에서 전남일보와 전일엔컬스가 주최·주관하고 전남도·전남도교육청 후원으로 열린‘2023 찾아가는 여수·순천 10·19사건 바로알기 골든벨’에서 대상을 수상한 2학년 2반 김예찬 학생. 나건호 기자
여순사건 75주기를 맞아 역사의 진실과 공감대 확산을 위해 열린 ‘여수·순천 10·19 사건 바로알기 골든벨 대회’가 1일 순천 복성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렸다.

전남일보·전일엔컬스가 주최·주관하고 전남도·전남도교육청이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순천 복성고 1~3학년 학생들 50명이 참여했다.

강당에 들어가니 남녀 학생 50여 명이 무릎담요와 보드판을 하나씩 들고 비장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골든벨 대회에서 기어코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결의가 느껴진다.

이번 골든벨 대회는 지난달 20일 순천 신용중, 23일 여수 화양중에 이어 세 번째이자 올해 마지막으로 열렸으며 김기중 전남일보 사업본부장의 여순사건에 대한 간략한 설명으로 시작됐다.

김 본부장은 “여순사건이 있은 지 75년이 흘렀다. 대한민국의 비극적 현대사인 여순사건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다”며 “지난 2021년 여순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지난 10월19일 고흥에서 합동 추념식이 열렸다. 이번 행사가 여순사건의 온전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전국화를 통한 공감대 확산에 힘을 보태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회 시작 전부터 사전 배포된 자료집을 읽고 또 읽었던 학생들은 골든벨이 시작되자 눈빛을 반짝였다. 사회를 맡은 양홍석 여수고 교사는 진위형(OX), 선다형, 단답형 등 다양한 유형으로 문제를 출제했다.

광복절과 조선건국준비위원회를 묻는 초반 질문에서 복성고는 여유롭게 ‘전원통과’의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이승만의 ‘정읍 발언’, ‘제주4·3’ 그리고 ‘국군 제14연대’에 관한 문제에서 연이어 탈락자가 나왔다.

특히 제14연대가 경찰과 첫 교전을 벌인 ‘장대다리전투’ 문제에서 상당수 학생들이 탈락했다. 직접 현장체험학습을 가 본 학생들이 많았음에도 ‘무지개다리’, ‘흔들다리’ 등 다양한 답이 쏟아졌다.

이에 따라 해당 문제에서 답을 맞춘 세 명의 학생들에겐 부상으로 문화상품권 1만원이 주어지기도 했다.

이 중 특수교육대상자인 1학년 박주언군은 초반부터 높은 집중력을 보였는데, 정답이 발표되자 부상 수여 장소를 향해 힘차게 휠체어 바퀴를 움직여 박수를 받기도 했다.

탈락자 47명은 패자부활전에서 사회자와 간단한 게임을 겨룬 끝에 ‘전원 부활’의 영광을 얻었다. 하지만 확연히 높아진 후반전의 난이도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또다시 탈락자석에 앉아야 했다.

순천 외곽에서 봉기군과 토벌군이 벌인 첫 번째 교전인 ‘학구전투’를 묻는 질문에선 학생들 사이에 답이 갈렸다. 정답자 8명은 이어진 문제들에서 순위를 가렸다. 반공국가의 흔적으로 남은 ‘국가보안법’을 묻는 주관식에서는 단 세 명만이 정답을 적기도 했다.

최후의 1인을 가리는 결선에서는 한국전쟁 시기 민간인 집단학살이 자행된 ‘국민보도연맹’에 관한 문제가 출제됐다. 사회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2학년 김예찬군이 후다닥 답을 적고 보드판을 들어 올렸다. 반면 그동안 거침없이 답을 맞춰온 1학년 황지민 군은 “엄마 미안해, 사랑해”라고 적힌 보드판을 들어올려 지켜보는 사람들을 웃음짓게 했다.

대상을 수상한 김군은 10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받았다.

김군은 “역사교사이신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평소 역사, 특히 지역 여순사건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며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여순 관련) 사전 답사할 기회가 많았는데, 문제를 푸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지역 역사에 관심을 갖고 공부해 여순사건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자세히 알려주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백형대 복성고 역사교사는 “‘역사·시사나들이’를 뜻하는 ‘역시나’라는 교내 동아리가 있는데 역사와 시사 문제에 대해 서로 토론도 하고 타 지역 학생들과 교류 활동도 한다”며 “다음 달에는 목포 지역 고등학생들과 만나는데 복성고 학생들이 직접 역사 가이드가 돼 순천 지역 유적지를 소개할 예정이다. 직접 눈으로 보고 설명도 해보는 방식으로 지역의 역사를 더욱 깊이 있게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좋은 계기다. 이번 역사골든벨은 그 연장선에서 의미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최우수상 황지민, 우수상 정민석·최도현, 장려상 박주언·서영준 학생에 각각 5만원·3만원·2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이 배부됐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