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지역 슬픈역사 관심 갖고 공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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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교육청
"내가 사는 지역 슬픈역사 관심 갖고 공부할게요"
●여순사건 바로알기 골든벨 - 여수 화양중
2~3학년 58명 참여 공감대 확산
사전배포자료 제공 오픈북 진행
난이도 낮은 문제엔 여유·웃음
‘장대다리’ 묻는 7번질문엔 당혹
최우수·우수상 등에 문화상품권
내달 1일 순천 복성고서 진행돼
  • 입력 : 2023. 10.23(월) 18:24
  •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여순사건 75주기를 맞아 역사의 진실과 공감대 확산을 위해 열린 ‘여수·순천 10·19 사건 바로알기 골든벨 대회’가 23일 여수 화양중 체육관에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양가람 기자
여순사건 75주기를 맞아 역사의 진실과 공감대 확산을 위해 열린 ‘여수·순천 10·19 사건 바로알기 골든벨 대회’가 23일 여수 화양중 체육관에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양가람 기자
23일 여수 화양중 체육관에서 열린 ‘여수·순천 10·19 사건 바로알기 골든벨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3학년 오승현양. 양가람 기자
여순사건 75주기를 맞아 역사의 진실과 공감대 확산을 위해 열린 ‘여수·순천 10·19 사건 바로알기 골든벨 대회’가 23일 여수 화양중 체육관에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양가람 기자
여순사건 75주기를 맞아 역사의 진실과 공감대 확산을 위해 열린 ‘여수·순천 10·19 사건 바로알기 골든벨 대회’가 23일 여수 화양중 체육관에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전남일보·전일엔컬스가 주최·주관하고 전남도·전남도교육청이 후원한 이번 골든벨 행사에는 지난 20일 순천 신용중에 이어 이날 여수 화양중에서 2~3학년 학생들 58명이 참여했다.

이날 행사는 김기중 전남일보 사업본부장의 여순사건에 대한 간략한 설명으로 시작됐다. 김 본부장은 “여순사건이 있은 지 75년이 흘렀다. 대한민국의 비극적 현대사인 여순사건 당시 경찰, 군인, 민간인 등 희생자만 1만1131명이 나왔다”며 “지난 2021년 여순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지난 10월19일 고흥에서 합동 추념식이 열렸다. 이번 행사가 여순사건의 온전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그리고 전국화를 통한 공감대 확산에 힘을 보태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회 시작 전까지 학생들은 사전에 배포된 자료집을 보고 또 봤다. 교육과정 특성상 현대사를 나중에 배우는 중학생들을 배려하고자, 대회는 오픈북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회를 맡은 양홍석 여수고 교사가 진위형(OX), 선다형, 단답형 등 다양한 유형으로 문제를 출제했다.

제일 먼저 광복절이 언제인지를 묻는 문제가 나왔다. 비교적 쉬운 난도의 문제로 시작했지만, 학생들의 표정은 제각각이었다. 일부 학생들은 문제를 듣자마자 주저 없이 답을 적고, 다음 문제를 대비해 자료집을 훑어보는 여유로움을 보였다. 반면, 주변 친구들을 돌아보다가 멋쩍은 표정으로 후다닥 탈락자석을 향해 달려가는 학생들도 있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문제가 어려워졌지만, 학생들의 집중력은 더욱 빛났다. 1948년 10월 20일 새벽 봉기한 14연대 군인들의 목적지를 묻는 6번 질문에선 전원 정답을 맞히기도 했다.

하지만 고비는 금방 찾아왔다. 봉기군과 경찰이 교전했던 ‘장대다리’를 묻는 7번 질문에 많은 학생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자료집을 뒤지던 10여명의 학생들 가운데 정답자는 단 세 명. 3학년 언니들 사이에 유일한 2학년인 김채원 양은 동료 친구들과 선생님으로부터 큰 환호를 받았다.

탈락자들은 패자부활전에서 사회자를 상대로 게임을 진행한 끝에 ‘전원 부활’의 영광을 얻었다. 부활의 기쁨도 잠시. 안타깝게도 확연히 높아진 난이도에 상당수 학생은 다시 패자석으로 이동해야 했다.

‘빨치산’을 묻는 주관식 12번 문제에선 단 두 명만이 정답을 적었는데, 최후의 2인에는 화양중 전교회장(3학년 박보석)과 부회장(3학년 오승현)이 나란히 올랐다.

“만성리 학살지와 함께 널리 알려진 이곳은 학살 이후 시신을 찾을 길 없던 유족들이, 죽어서라도 함께 있으라고 해 이름 붙여진 곳입니다. 종산국민학교에 수용된 부역혐의자들 중 125명이 여기서 총살당하고 불태워졌는데요, 이곳은 어디일까요?”

최후의 1인을 가리는 결선 문제. 사회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오승현양이 답을 적어내려갔다. 오양이 쓴 답은 ‘형제묘’. 승리에 찬 표정으로 보드판을 들어올리는 그녀를 향해 응원석에서 함성이 쏟아졌다.

대상을 수상한 오양은 10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받았다.

오양은 “사실 우승할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지만, 만성리 출신이라 형제묘에 가본 적이 있어 쉽게 풀 수 있었다”며 “자료집을 반복해서 봤는데, 그림이나 사진 등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무엇보다 교외 봉사활동 동아리를 하면서 여순사건 관련 장소에 답사를 자주 다녔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여순사건에 대해서 아직까지 자세히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부끄럽게도 저 역시 처음엔 잘 몰랐다”며 “이번 골든벨이 내 지역에의 아픈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해 준 계기가 됐다. 이 기세를 몰아 앞으로도 한국사 자격증 등 공부를 계속 해 나가려 한다”고 덧붙였다.

최우수상 박보석, 우수상 강민성, 장려상 김보경·정혜인 학생에게는 각각 5만원·3만원·2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이 배부됐다.

내달 1일에는 순천 복성고에서 ‘여수·순천 10·19 사건 바로알기 골든벨 대회’가 진행된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