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채소 내놓기 겁난다”… 신선 농산물값 천정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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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쌈채소 내놓기 겁난다”… 신선 농산물값 천정부지
상추·깻잎 전년대비 24%·5% 상승
삼겹살보다 비싼 역전 현상 발생
작황 부진 영향 생산량 감소 원인
고깃집 “채솟값 받아야 할 판” 울상
  • 입력 : 2023. 10.22(일) 15:24
  • 글·사진=박소영 기자·정상아 인턴기자
지난 21일 조선대 후문 인근에 위치한 한 삽겹살 전문집에서 쌈채소가 담긴 바구니를 손님상에 내어주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쌈채소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어요. 체감상 거의 두배 가까이 오른 것 같아요. 고깃집에 상추가 없는 게 말이 안돼 울며 겨자 먹기로 손님상에 내어주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저녁 찾은 광주 동구의 한 고깃집. 식당 안에 들어서자 상추와 고추 등이 담겨진 쌈채소 바구니가 고기를 주문한 테이블마다 놓여 있었다.

이곳 식당을 운영하는 임선덕(63)씨는 “상추와 깻잎 등 각종 쌈채소 가격이 올라 손님상에 내놓는 게 겁이 난다”며 “하지만 쌈채소 몇장 때문에 인심이 야박하다는 소리를 듣게 돼 예전처럼 내놓을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쌈채소 등 신선 농산물 가격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깻잎 가격이 돼지고기 가격을 넘어서는 기현상까지 벌어지는 등 고깃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청상추 100g 가격은 1411원으로 1년 전(1115원)보다 24.10%나 급등했다. 깻잎 가격도 지난해(2570원)보다 5.33% 오른 2707원으로 형성됐다.

반면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축산물 가격은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채소가 고기보다 비싼 역전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21일 기준 소고기 안심(1+등급) 100g의 소비자가격은 1만4016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1만6241원보다 13.74% 저렴하다. 돼지고기 삼겹살 100g 가격은 2699원으로 지난해 2736원보다 1.35% 싸다.

쌈채소인 깻잎이 삼겹살보다 비싼 기현상은 광주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같은 100g 기준으로 20일 현재 광주지역 대형마트 평균 깻잎 가격은 3730원으로 삼겹살 2661원보다 1069원 더 비싸다.

채소가격 상승의 이유 중 하나로 급격히 추워진 날씨가 꼽힌다. 일교차가 커지면서 상추, 깻잎 등 채소 작황이 부진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쌈채소를 사용하는 자영업자들은 식당 이미지를 생각해 울며 겨자 먹기로 상추, 깻잎 등을 내어주고 있다고 말한다.

조선대 후문에서 저렴한 가격에 삼겹살을 판매하고 있는 김기홍(53)씨는 “상춧값이 올랐지만 그렇다고 아끼면 이미지만 나빠지니 그냥 꾹 참고 있다”며 “추석 이전 상추 한 박스에 7~8만원할때 상춧값을 따로 받을까 고민했다. 깻잎은 단가가 안 맞아 진즉에 쌈채소 종류에서 빼버렸다”고 푸념했다.

동구 동명동에서 아들과 함께 삼겹살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경란(62)씨도 “손님들이 원하면 몇 번이고 쌈채소를 드리고 있다. 요즘에는 손님들도 사정을 아니까 먼저 쌈채소를 더 달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의 아들 정영일(34)씨는 “쌈채소 셀프 코너가 있는 고깃집을 운영하는 지인은 상추 가격이 급등하자 상추 자리에 알배추나 조금 더 저렴한 채소를 놔두고 있다고 한다”며 “어떤 곳은 단체손님이 몰려오면 채소를 아낄 마음에 영업이 끝났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들었다”고 토로했다.
글·사진=박소영 기자·정상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