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사설>시대착오적 폐습 연연하는 기아차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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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남일보]사설>시대착오적 폐습 연연하는 기아차 노조
고용세습 놓고 오늘 또 본교섭
  • 입력 : 2023. 10.11(수) 17:40
기아차 노·사가 단체협약에 포함된 고용세습 조항의 삭제 여부를 놓고 단체협약을 타결하지 못했다. 12일 파업을 예고했던 노조도 파업을 유보하고 사측과 다시 본교섭을 갖기로 했다. 노동조합의 존재 이유가 조합원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라는 점에서 노조의 파업은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기아차 노조가 공정한 경쟁을 무너뜨린다는 지적이 제기된 고용세습을 놓고 파업을 하겠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기아차 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사측의 요청에 따라 12일 경기 오토랜드 공장에서 15차 본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노조는 12일부터 단축 근무와 특근 거부 등 파업을 예고했다. 쟁점은 단체협약에 포함된 고용세습 조항의 삭제 여부다. 고용세습 조항은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이나 정년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 근속자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내용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이 조항이 헌법 등을 위반한다며 시정 명령을 내렸지만 기아 노조는 내부 절차 등을 이유로 아직 이행하지 않고 있다.

대기업 노조가 고용마저 세습시키겠다는 것은 ‘현대판 음서제’에 다름 아니다. 임직원 자녀에게 채용상 특혜를 준다는 것은 평등권을 규정한 헌법과 취업 기회의 균등한 보장을 규정한 고용정책기본법에 위배된다. 법률적 판단을 떠나 청년실업이 심각한 현실에서 일자리를 세습해 보통 청년들의 희망을 빼앗겠다는 것은 사회적 통념과도 맞지 않는다. 공정한 경쟁을 외면한 채 ‘부모 찬스’로 직원을 뽑는 회사가 지속가능할 수도 없는 일이다.

‘깜짝 실적’을 보이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기아차에게는 각종 리스크가 즐비하게 놓여있다. 내연기관을 넘어 전기차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도전과 혁신도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닌 기득권을 지키려는 파업은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 시대착오적인 폐습에 연연하는 것도 기업의 경쟁력을 좀 먹는 요소다. 기아차 노조의 성찰을 촉구한다. 고용세습 근절을 위한 정치권의 노력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