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서석대>각주구검(刻舟求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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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서석대>각주구검(刻舟求劍)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 입력 : 2023. 09.07(목) 09:41
박간재 부장
한국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념논쟁이 치열하다. 느닷없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정율성 공원 조성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 순간에 전국민을 혼란에 빠트리는 능력은 탁월한 듯하다. 해방 직후 정국도 이같이 흉흉했을까.

홍범도 장군 논란은 국방부가 육사 교정에 조성된 흉상을 이전시키겠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그의 소련 공산당 가입후 활동한 전력을 문제삼고 있다.

국방부가 입장을 내놨지만 시원치가 않다. 레닌 공산당과 스탈린 공산당이 다르다는 걸 모르는 듯하다. 빨치산도 신빨치와 구빨치 역시 차이가 있다는 걸 모를테고. 1920~30년대 활동한 홍범도 장군을 북한과 연결고리를 이으려는 심산이다. 당시 김일성 나이가 8살에 불과했다. 혹세무민에 휘둘리며 “역사엔 문외한이오” 라고 만천하에 천명한 셈이다.

광주에 세우려는 음악가 정율성의 역사공원 조성사업 역시 논란에 휩싸여 있다. 광주 동구 불로동 일대 정율성 역사공원 공사가 연말 마무리 단계에 있다. 2018년 시작돼 48억원이 투입된 사업이다.

논란의 불씨는 지난 달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쏘아 올렸다. 순천에서 열린 6·25 참전 학도병 기념행사에서 “정율성은 우리에게 총과 칼을 들이댔던 적들의 사기를 북돋웠던 응원대장이었다. 수많은 애국 영령의 원한과 피가 아직 식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대놓고 혐오와 차별, 이념 공세와 갈라치기로 분열시키려 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여론을 돌려 보려는 행태로 읽힌다. 70~100년 전 역사를 현재에 대입해 난도질 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을 보고 있노라니 고사성어 ‘각주구검(刻舟求劍)’이 떠오른다.

‘초(楚)나라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던 중 칼을 물속에 빠트렸다. 칼이 빠진 자리에 표시를 해뒀다. 배가 뭍에 닿자 부랴부랴 표시해뒀던 자리를 확인한 뒤 물 속으로 뛰어들어 칼을 찾았다. 어찌 의아하지 않겠는가’ 중국 여씨춘추 ‘찰금편’에 나오는 말이다. 세상의 변천도 모르고 낡은 것만 고집하는 어리석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고사성어다. 이 이야기 뒤 다음과 같은 말도 이어진다. ‘옛 법을 가지고 지금의 나라를 다스리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다. 시대는 지났는 데 옛 그 법으로 나라를 다스린다면 어찌 어렵지 않겠는가?’

역사는 독점의 대상이 아니다. 역사를 팔아서 미래를 얻을 수는 없다. 홍범도 장군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바꾸려다 보니 이 사달이 나고 있다. 70~100년 전 역사를 현재의 잣대로 재단하려는 행태가 마치 초나라 뱃사람을 닮은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