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투란도트’ 공연 장면. 출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
오페라 ‘투란도트’ 중 칼라프역의 테너 윤병길. 출처 광주시립오페라단 |
푸치니가 작곡한 3막 오페라로 그의 죽음으로 인해 미완으로 남았지만, 푸치니가 남긴 스케치와 자료를 바탕으로 프랑코 알파노(Franco Alfano, 1875 ~1954)가 <투란도트>의 마지막 부분을 완성했으며, 토스카니니(Arturo Toscanini, 1867~1957)의 지휘로 밀라노 라 스칼라 오페라 극장에서 1926년 4월 25일 초연될 수 있었다. 초연 당시 ‘류’가 세상을 떠나는 장면에서 토스카니니가 지휘봉을 내리고 관객을 향해 갑자기 돌아서며 공연이 중단됐다고 한다. 그 이유는 지휘자 토스카니니의 벗이었던 푸치니에게 경의를 표하려는 의도였으며, 관객을 향해 “마에스트로 푸치니가 작곡한 부분은 여기까지입니다”라고 퇴장해서 초연은 푸치니가 생전에 작곡한 부분까지만 연주됐다. 하지만 <투란도트>의 초연은 미완성작임에도 불구하고 대성공을 거뒀으며, 다음날 공연에서는 우리가 지금 보는 알파노에 의해 마무리된 완성체가 연주됐다.
<투란도트>는 서양인의 오리엔탈리즘이 극대화한 오페라다. 현대의 퓨전 사극처럼 판타지다운 이 작품의 배경은 중국이지만, 내용이나 등장인물은 이질적이다. 주인공인 공주 투란도트는 페르시아식 이름이며 전개되는 극의 내용 역시 페르시아 <아라비안나이트>의 ‘천일야화’에 수록된 이야기다.
‘투란도트’ 오리지널 포스터. 출처 리꼬르디사 |
광장에서는 타타르 왕국의 몰락 이후, 뿔뿔이 흩어졌던 칼라프 왕자와 그의 아버지인 티무르 그리고 그를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고 있는 하녀 류가 상봉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어 광장 안에는 페르시아 왕자의 참수형 거행을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이 모습을 본 칼라프는 분개하며 투란도트를 부른다. 하지만 참수형의 집행명령을 내리기 위해 등장한 투란도트의 아름다운 외모를 보고 칼라프는 첫눈에 사랑에 빠져버린다. 티무르와 류의 만류에도 이미 사랑에 눈이 먼 칼라프는 투란도트의 수수께끼에 도전하겠다고 한다.
한밤중에 벌어진 소란에 핑, 퐁, 팡 3명의 대신이 나와 더는 도전자들이 죽어 나가는 꼴을 못 보겠다며 칼라프 앞을 막아서지만 칼라프의 결심은 완고하다. 이어 수수께끼에 도전하겠다고 징을 친 칼라프 앞에 투란도트가 등장하고 첫 번째 문제를 내기 시작한다. 문제를 들은 칼라프는, 부활하고 사라지며, 자신에게도 있는 것이라며 ‘희망’이라 답을 내놓고, 두 번째 문제 역시 “공주의 눈을 보면 타올라 괴로워하는 그것은 피”라고 답하며 이제 한 문제만을 남겨놓게 된다. 그리고 제시된 세 번째 문제의 답으로 칼라프는 자신의 불은 당신을 녹일 것이라고, 정답은 투란도트라고 대답하며 세 문제를 모두 맞혔다.
투란도트의 세 가지 문제를 모두 풀었기에 두 사람은 결혼해야 하지만, 정작 투란도트 공주는 황제에게 자신을 노예처럼 저 남자에게 주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관중들은 물론, 황제까지도 서약은 신성한 것이라며 투란도트에 결혼을 종용한다. 이에 반해 칼라프는 불타는 사랑으로 가득한 투란도트 공주를 원한다며 제안을 하나 한다. 이튿날 동이 트기 전에 자신의 이름을 말하면 기꺼이 죽겠다는 것이었다. 격노한 공주는 베이징 사람들에게 밤을 새워서라도 그의 이름을 알아내라고 지시한다. 그리고 이어 제보를 받아 티무르와 류가 잡혀 오고 투란도트는 두 사람을 고문하도록 지시한다. 류가 ‘공주님이 원하시는 이름은 오로지 저만이 알고 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앞으로 나선다. 모진 고문에도 입을 열지 않는 류에게 공주는 ‘무엇이 너를 그렇게 강하게 하느냐’고 물어보고, 류는 사랑이라며, 자신은 두 번 다시 주인인 칼라프를 못 보지만 그것이 자신의 승리라며, 할복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제 동이 트고 칼라프는 여전히 자신을 거부하는 투란도트에 위선을 벗어던지라며 입맞춤을 하게 된다. 투란도트 역시 자신이 졌음을 시인하고, 조금 전의 입맞춤으로 자신은 승리했다고, 투란도트 공주에게 내 이름은 칼라프이며, 티무르의 아들이라고 대답한다. 투란도트는 드디어 당신의 이름을 알았다며 황궁으로 돌아가 황제 앞에서 이방인의 이름을 알았다고 고한다. 그 사람의 이름은 사랑이라며 두 사람의 입맞춤과 함께 막을 내린다.
국립오페라단의 2011년 ‘투란도트’ 공연 장면. 출처 국립오페라단 |
최철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