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기아 오토랜드 광주 정문에서 담양 광주호 인근까지 편도 18㎞, 왕복 36㎞를 기아 EV9 6인승 어스 사륜구동 자동 모델을 타고 운행했다. 기아 제공 |
국내 최초의 3열 대형 전동화 SUV로 전기차 중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면서도, 손색없는 성능과 디자인으로 기아의 새로운 플래그십(최상·최고급 기종) 모델로 자리매김한 EV9을 직접 시승해 봤다.
11일 오전 11시, 금방이라도 폭우가 쏟아질 것 같은 어두운 하늘을 뒤로하고 기아 오토랜드 광주 정문에서 담양 광주호 인근까지 편도 18㎞, 왕복 36㎞를 EV 전기차 6인승 어스 사륜구동 자동 모델을 타고 운행했다.
먼저 EV9의 외관은 디자인 공개 시부터 호응을 얻었던 것만큼 눈길을 끌었다.
EV9의 크기를 살펴보면 5010㎜ 길이와 1980㎜의 폭, 높이 1750㎜ 등 전기차 영역을 넘어 국내 판매 중인 모든 승용차 중 최상위급임은 물론,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3100㎜로 국산차 중 가장 큰 차로 여겨지는 현대의 팰리세이드보다 200㎜나 더 길다.
이러한 압도적인 크기에도 불구하고 EV9의 외관 모습은 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호랑이코 그릴’에는 공기흡입구 없이 디자인 패턴과 LED 등을 배치했고 윈도우 디자인과 실루엣을 날렵하게 빼 슬림해 보이기까지하는 등 안정적이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잃지 않았다.
여기에 손잡이가 문 안으로 수납되는 ‘오토 플러싱 도어’나 사각형 디자인을 강조한 21인치 하이퍼 실버 휠 등은 첨단 전기차의 느낌을 강하게 풍기며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외관만 보면 3열 시트가 들어간 6인승 차량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실내 공간은 1·2열 어디에 앉아도 머리·다리 공간이 여유로웠으며 3열의 경우 앞열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기본 트렁크 공간이 뒤쪽에 배치된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공간 활용도를 보여줬다.
센터 콘솔 아래는 가방이나 간단한 짐을 보관하는 수납공간이 있어 편리함을 더했고 컵홀더와 수납함 등도 운전자는 물론, 2열 승객까지 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느낌이었다. 증강현실(AR)을 지원해 주행 경로를 조금 더 편하게 볼 수 있는 내비게이션도 눈길을 끌었다.
![]() 기아 EV9은 2열 의자를 원하는 방향으로 돌릴 수 있는 ‘스위블 시트’ 기능을 사용할 수 있으며 2열과 3열 시트를 모두 접어 적재공간을 2715ℓ까지 확보할 수 있다. 기아 제공 |
또 2열 시트를 뒤로 돌리고 3열 시트를 접거나, 2열과 3열 시트를 모두 접어 적재공간을 늘리면 성인이 충분히 발을 뻗고 편안히 누워도 남을만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775ℓ이지만, 2, 3열을 모두 접으면 2715ℓ까지 확보되는 것이다.
전기차답게 정숙성도 뛰어났다. 이제 전기차라면 조용한 것은 당연한 덕목으로 여겨지지만, 대형 SUV임을 감안해도 조용한 주행을 구현했다. 기아에 따르면 바닥에서 올라오는 진동과 소음을 줄이기 위해 흡음재를 추가한 분리형 카펫과 흡음 타이어를 탑재했다고 한다.
3열 SUV라는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가감속 반응도 빠르고 부드러웠으며 코너링도 둔한 느낌이 없었다. 과속방지턱을 넘거나 도로 중간에 패인 부분을 밟고 지나갔을 때도 차체 움직임이 크게 거슬린다는 느낌을 받지 못할 만큼 훌륭한 승차감도 자랑했다.
시승 중 쏟아진 폭우로 인해 시야 확보가 어려웠고, 빗길임을 감안해 왕복 80분가량 정속 주행을 했다고 하지만, 공인 전비 3.9㎞/kWh를 뛰어넘는 6㎞/kwh 가량의 전비도 놀라웠다. 사륜구동 21인치 6인승 모델의 경우 99.8kWh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454㎞ 주행이 가능, 경제성까지 챙겼다는 평가다.
이처럼 디자인과 성능 모두 손색이 없는 EV9의 구매를 망설이게 할 단 한 가지 허들은 ‘가격’으로 보인다. 이날 시승 차량은 사륜구동 어스 풀옵션 차량으로 옵션을 다하면 가격이 약 9400여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1억원에 육박하는 차량 가격에도 제품력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아의 자신감이 EV9의 흥행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 기아 The Kia EV9 6인승 기본 모델의 내장 모습. 기아 제공 |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