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섭 기자 |
형사 단독 재판은 보통 이렇게 오래걸리지 않는다. ‘2022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형사 1심 불구속 사건은 선고까지 평균 217일이 걸린다. 구속사건은 138.3일로 더 짧다. 더 길다는 민사의 경우도 1심 선고까지는 평균 364.1일이 소요된다. 이미 평균을 훌쩍 넘겼다.
법조계는 해당 재판을 두고 증인 신청, 재판 절차 등에 대한 부동의 등으로 재판을 지연시켰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법원 역시 이런 지연에 맞서 증인을 한번에 불러서 처리하는 등 속도를 낼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물론 납득 가능한 당연한 이유가 있어 지연됐겠지만 너무나 이례적이다 보니 취재에 답한 변호사들 마저 “단순 형사사건이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일인지”되레 반문했다.
특히 해당 재판은 피고인이 편취한 7000만원에 대해 금전 공탁까지 걸었다. 사실상 범행을 인정했다는 것인데, 법원은 판결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해당 재판은 피해자들이 있다. 검사의 공소장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지난 2018년부터 수십차례에 걸쳐 13억원 가량의 금액을 재판 당사자인 피고인에게 제공해 사기를 당했다. 취재를 위해 만났던 피해자들은 파산 직전이라고 호소했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피해금액에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도 설명했다.
피해자들은 형사재판과 별개로 민사 재판도 벌이고 있다. 피해자 중 한명은 “형사재판의 결과가 민사에서 유리하게 작용되기도, 판결이 원용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속한 재판이 중요하다”며 신속한 재판을 촉구했다.
4년째 1심 조차 결론이 안나는 현실에 피해 당사자들은 분통을 터뜨린다. 해를 넘기면 곱절이 더해져 돌아오는 변호사비에 한달에 한번 꼬박 출석하는 재판, 이를 위해 소요되는 시간, 노동, 감정 등 일반인이 이만큼 길어지는 재판을 버티기란 쉽지 않다. 사법부는 국가의 심장과 같은 곳이다. 사법부가 동맥경화를 앓고 있다. 피해 당사자들의 혈관이 터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