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삶을 통해 되돌아 본 남도 항일 정신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영웅의 삶을 통해 되돌아 본 남도 항일 정신
다시, 남도의 기억을 걷다
노성태 | 살림터 | 1만9000원
  • 입력 : 2023. 06.29(목) 17:07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다시, 남도의 기억을 걷다.
순천시립공원 묘역에 잠들어 있는 이금주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 회장. 근로정신대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순천시립공원 묘역에 잠들어 있는 이금주 여사는 지난 2021년 12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명예가 회복되는 것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남편이 일본에 징용돼 1943년 11월 전사한 것을 계기로 일평생 일본 전쟁범죄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헌신했다. 그녀가 눈을 감은지 1년도 넘었지만, 여전히 일제에 의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은 현재 진행형이다.

미쓰비시중공업 등의 일본 전범기업이 한국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2018년 확정판결에도 배상은커녕 사죄 한마디도 오고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난해 말부터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의 국민훈장 서훈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취소된 데 이어 미쓰비시중공업 등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할 배상금을 한국의 국내 기업들이 출연한 기금으로 대신한다는, 이른바 정부의 ‘제3자 변제안’ 추진으로 상황은 더 악화됐다.

광복 후 잃어버린 강제징용자들의 명예를 찾기 위해 광주에서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 설립하는 등 치열하게 싸워온 이금주 여사가 살아있었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 노성태 저서의 ‘다시, 남도의 기억을 걷다’에 따르면, 과거의 만행에도 일본은 사과와 배상도 없고, 징용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은 아직도 이뤄지지 못했다고 저술돼 있다. 책에는 이금주 여사의 과거 유언도 함께 소개돼 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우리와 우리 혈육이 일제의 침략전쟁에 의해 입은 피해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다. 이제 죽기만을 바라고 있는 우리 회원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명예회복뿐이다.” 이는 어쩌면 강제징용 갈등을 자초한 지금의 정부에게도 가장 필요한 말이 아닐까?

광주와 전남지역의 역사를 유적지, 인물, 지역·마을·단체이름 등으로 소개하는 책 ‘다시, 남도의 기억을 걷다’가 출간됐다. 이금주 여사가 한평생 보여준 족적은 정의로움, 항일, 독립, 민주화로 집약되는 남도 정신과 닮아있다.

저자 노성태는 2010년 1월부터 본보에 ‘노성태의 남도 역사기행’을 연재했다. 그것을 정리해 만든 책이 2012년 출간된 ‘남도의 기억을 걷다’였다. 이후 광주의 역사와 인물을 소개하는 글을 썼고, 그 글은 ‘광주의 기억을 걷다’로 출판됐다. 두 책에서도 남도가 품은 역사적 사건과 인물, 문화유산을 이야기했지만, 이것만으로도 남도의 역사를 정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2020년 2월부터 다시 본보에 ‘노성태 샘의 남도 역사 이야기’를 50회 연재했다. 이 글을 엮은 것이 ‘다시, 남도의 기억을 걷다’이다. ‘다시, 남도의 기억을 걷다’는 크게 4장으로 나뉜다. 제1장은 ‘해신이된 궁복, 장보고’이고, 제2장은 ‘조선의 운명을 건저낸 울돌목, 명량’, 제3장은 ‘동학농민군 전투의 분수령, 장성 황룡 전투’, 제4장은 ‘의열투쟁의 출발, 유리개걸지사 기산도’이다.

50편에 달하는 짧은 글들을 네 개의 장으로 나뉜 것은 시대를 기준으로 했다. 1장은 선사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제2장은 조선시대, 제3장은 근대, 제4장은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로 구성됐다. 시대별 역사와 인물, 사건 등을 중심으로 남도 정신을 만들고 실천한 인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이 책은 최지몽, 황대중, 정걸, 황준성, 나월환, 김범수, 장석천, 이금주, 윤학자 등 알려지지 않은 남도의 영웅들을 통해 남도 고유의 정체성과 시대성을 조명한다.

저자 노성태는 책 서문을 통해 “지역사를 들여다보니, 남도인만의 문화와 정체성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시대를 앞장서 실천한 절의와 정의로움이었다. 또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넓은 평야지대인 남도는 문화원형의 보물창고이기도 하다”며 “남도의 역사 현장은 어디나 뜨겁고, 감동이며, 당당함이 묻어있다. 책이 남도의 뜨거운 역사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자 노성태는 전남대학교 사범대학 역사교육과 등을 졸업했으며 37년간 역사교사로 재직했다. 퇴임 이후 지역사 관련 글을 쓰고 방송에 고정 출연하는 등 지역의 대중 역사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6년 국정교과서 반대 역사교과서 보조교재 집필위원, 2017년 광주시교육청 역사문화위원회 위원, 2017년 안중근의사숭모비 재건립추진위원, 2021년 광주 항일독립운동기념관 건립 추진위원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독립의 기억을 걷다, 남도의 기억을 걷다, 광주의 기억을 걷다, 광주 3·1운동 등 다수가 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