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성주 교수 |
가치는 이익에 비해 일관성을 갖는다.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규범 및 기준에 충실해야 한다. 국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그때그때의 상황에 좌우되지 않고 중심을 견지하려면 근본 가치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국익 추구 행위가 근본 가치와 충돌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치를 포기해선 안된다. 흔들림 없이 가치를 근본으로 삼아서 국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치 중심적인 정책을 시행하는 국가는 국제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인 경우가 인권증진 및 개발원조 등 인류의 보편 가치를 충실히 구현하고 있는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국가들이다. 최근 필자가 만난 사회주의 국가의 주한 대사는 자유와 인권이 곧 이념(ideology)이라고 강변한 바 있다. 자유는 인간이 선험적으로 갈구하는 대상이며 기본권은 불가양의 권리임이 역사적으로 검증된 기본가치다. 즉, 가치와 이념을 혼동해선 안 된다. 미국의 경우는 어떤가. 역대 미국 행정부의 정책 노선을 살펴보면, 당시 국제환경에 따라 국익 우선순위에 일정한 변화는 있었다. 그들은 자유와 시장경제, 법치라는 근본 가치를 유지하면서 미국 사회의 자유민주주의와 경제적 번영을 지속 견인해왔다.
대한민국의 국익과 가치에 대해 생각해본다. 우리의 국익은 크게 안보 이익과 경제 이익, 동포 보호의 3가지로 구성된다. 국토분단과 휴전상태 하에 있는 우리에게 중요한 국익은 국가 안보 및 조국 통일이다. 우리의 힘(국방력)을 바탕으로 ‘행동하는 한미동맹’을 실현하고 우방국과의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은 우리를 실존적으로 위협하므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 현안이다. 이러한 안보 이익은 자유민주주의라는 근본 가치를 중심축에 두면서 추구해야 한다. 경제 이익의 경우 경제주체인 민간 기업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기본원칙이다. 우리나라가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삼고 있는 만큼, 정부의 기업 통제 내지 규제는 최소한의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기업활동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다. 외국에서 생활하는 700만 재외동포는 물론, 해외 체류 또는 여행 중인 국민들을 보호하는 일도 핵심적으로 중요하다. 국민 없이는 국가도 없다. 외국에 나가서 생활하든, 사업 또는 여행을 하든, 국민을 보호하는 일이야말로 국가의 존재 이유다.
정치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존재하는 정치결사인 정당은 정책의 방향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유권자인 국민은 근시안적인 당리당략을 일삼는 정당인지, 진정으로 국가의 미래 대계(大計)를 제시하는 정당인지를 잘 구분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동시에, 지구에서 생활하는 80억 인류는 개별 국가의 구성원(국민)이면서 인류의 구성원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개인은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며 공존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세계시민 정신’이라는 숭고한 가치를 지향하는 모습이다. 국경을 넘어 소통하고 협력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곧 세계시민이다. 현실적으로 우리 각자는 국가의 경계(국경)나 국적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지만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장벽을 높이 세우기보다 다리를 놓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동시에, 남을 위한 온정과 배려심을 갖고 행동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한민국의 나침반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 인권 존중이므로 이를 근본 가치로 삼아서 국익 실현을 위한 정책 및 정치를 펼쳐야 한다. 국민들은 대선과 총선 등 각급 선거 시에 자유민주적인 투표를 통해 근본 가치에 충실한 후보자를 선출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 대의민주주의 하에서는 유권자들의 의식 수준이 건강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만든다. 대한민국의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는 이러한 근본 가치에 충실한 사람들이 국가 정책을 관장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인기 영합이나 선전 선동에만 능숙한 정치인들을 선거를 통해 도태시키는 것은 보다 나은 우리의 미래를 위한 선결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