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일주이슈103-2> "공무원 월급 두배…메탄가스 없는 우수탄광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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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전남일보]일주이슈103-2> "공무원 월급 두배…메탄가스 없는 우수탄광이었죠"
● 118년만에 문닫는 화순탄광은
한때 1700명 직원 年 70만5천톤 채탄
고품질 석탄…지역경제 중심축 역할
270여 명 재취업 위한 지원대책 요구
박물관·체험장 등 관광명소로 조성을
  • 입력 : 2023. 06.25(일) 18:31
  • 조진용·화순=김선종 기자
지난 2016년 6월6일 정부가 화순탄광을 비롯해 전국 3개 탄광을 폐광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 노조를 비롯해 지역사회가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화순탄광이 활황을 이루던 시기의 모습. 화순군 제공
“여기가 한 때 2000명 가까운 광부들이 석탄가루를 뒤집어 쓰고 일했던 곳입니다. 30여년 석탄을 캐 왔는데 4일 후 폐쇄된다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화순군 동면 충의로 1064번지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 동갱 출입구에서 만난 김일만 광부는 지난 30년의 세월이 떠오르는듯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1905년 첫 삽을 뜬 화순탄광이 30일자로 118년간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이미 4월30일자로 석탄 채취가 중단된 때문인지 탄광엔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석탄을 옮기는 컨베이너 벨트는 멈춰있고, 운반용 광차와 곡괭이, 삽, 헬멧 등의 작업장비가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2~3명의 광부들만이 휴게실에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다.

화순탄광은 1989년 한때 직원 1669명이 상주하며 연간 최대 70만5000톤을 캐내는 전남권 유일의 탄광이었다.

현재 남아있는 화순탄광 소속 근로자는 270명으로 폐광 수순을 밟게 되면 실직상태에 놓이게 된다. 근로자 대부분이 용접·절단·도색 기술과 면허를 갖고 있어 관련 산업 투입이 가능하다. 근로자들은 목포 삼호조선, 대한조선 견학에 이어 목포산업일자리박람회 등에 참여하며 재취업에 나선 상태다.

이곳에서 만난 근로자들은 화순탄광은 화순 지역경제의 원동력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광부 김일만(55)씨는 “일제강점기 석유파동 이후 무연탄 생산량이 연간 70만톤을 넘었던 전성기가 있었다. 그 때가 1970~80년대다”며 “당시 공무원 한달 급여가 25만원일 때 탄광근로자는 50만원이었다. 임금이 높아 군민들 중 경찰, 군청 공무원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탄광에 취직한 사례도 부지기수였다”고 말했다.

김광현(58)씨는 “지하 480m 갱도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석탄을 채취하다 보니 광부들의 희생도 많았다. 개광 이래 압사, 갱도 무너짐 등으로 연평균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매년 9월9일 화순탄광 회사측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합동제사를 지낸다. 화순 구암 삼거리 한편에는 석탄산업 종사자 추모공원도 조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화순탄광이 118년간 지역경제에서 중심 축 역할을 한 데는 석탄의 고품질도 한몫 했다. 메탄가스가 발생하지 않아 작업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됐다.

공병삼(57) 대한석탄공사노조 부지부장은 “태백·삼척·사북 탄광 등은 메탄가스가 나오지만 화순탄광은 메탄가스가 없는 전국 유일의 을종 탄광이다. 메탄가스가 나올 경우 작은 불꽃(스파크)이 튀면 폭발 위험이 있어 별도의 안전조치를 해야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며 “화순탄광은 불꽃이 튀어도 안전하고 작업도 용이해 저비용 고효율의 채탄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탄은 석탄을 가루로 만들어 틀에 넣는 과정을 거쳐야 완성된다. 화순탄광 석탄은 접착력이 우수해 연탄제조 업자들이 가장 선호했던 원료”라며 “유황성분이 낮아 유독가스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화순탄광 지질이 타지역 탄광보다 탄화가 많이 진행된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화순탄광 근로자들은 폐광 후에도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공병삼 지부장은 “화순탄광을 박물관, 체험장 등으로 관광명소화 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화순탄광 근로자들의 안정적인 재취업을 위해 군대 장교·부사관 전역자를 우대하는 취업 전형처럼 공업분야, 관내 일자리 등에 채용 가산점 등 우선 고용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화순탄광은 대한석탄공사가 이관받아 오는 12월까지 폐광에 따른 배수, 철수장비를 운반·관리할 계획이다.
조진용·화순=김선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