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일주이슈103-4>광주 유일 남선연탄 ‘경영난’ … 69년 만에 끝내 폐업 결정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일주이슈
[전남일보]일주이슈103-4>광주 유일 남선연탄 ‘경영난’ … 69년 만에 끝내 폐업 결정
생산량 감소에 늘어나는 적자 감당 못해
6000평 부지에 컨 벨트 달랑 1개만 작동
석탄 모두 소비한 후 이달 말께 문 닫아
  • 입력 : 2023. 06.25(일) 18:30
  • 강주비 기자·전해연 인턴기자
지난 23일 광주 남구 남선연탄서 직원들이 생산된 연탄을 나르고 있다. 전해연 인턴기자
서민들의 아랫목을 든든하게 데워주던 광주 유일의 연탄공장이 69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문을 닫는다. 수십 년간 일한 직장을 떠나게 된 직원들은 막막함에 깊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25일 남선연탄에 따르면 남선연탄은 갈수록 심화되는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최근 폐업을 결정했다. 당초 지난 16일까지 가동할 예정이었으나 남아있는 석탄을 다 소진하지 못해 가까스로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정확한 폐업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직원들은 매일 ‘마지막’일지 모르는 연탄을 찍어내고 있다.

지난 23일 찾은 광주 남구 남선연탄. 6000평 공장 부지에서 컨테이너 벨트 1개만이 작동하고 있었다. 이마저도 생산량이 적어 오전 중 작동을 멈춘다고 했다.

이날도 직원들은 오전 7시부터 업무를 시작했지만 1시간도 안 돼 기계 전원을 내렸다. 수요량이 적어 당일 공장을 찾는 소매업자 차량 수에 맞춰 설비를 가동하는데 근무 시작 이후 들어온 차량은 고작 2대에 그쳤기 때문이다.

12년째 종사하고 있는 김곽철(54)씨는 “오랜 기간 일했던 직장을 떠나려니 아쉽지만 그보다도 당장 생계가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연탄 사용 감소로 ‘공장이 사라질 수도 있겠다’고 걱정은 했지만 이렇게 순식간에 폐업하게 될 줄은 몰랐다. 공장을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들어왔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막막한 건 김씨뿐이 아니었다. 종사자 10명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이상 근무한 경력자들이다.

생산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8명 중 3명이 50대다. 정년이 한참 남았음에도 다음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일을 쉬어야 하는 처지다.

송세권(53)씨는 “원래 정비, 용접 등 기술직에 종사하다 2년 전 친구가 일하고 있는 곳으로 왔다. 일도 힘들고 연탄 수요도 줄어드니 오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은 안 했지만 폐업으로 그만둘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경영난으로 폐업을 앞둔 광주 남구 남선연탄이 주문이 없어 오전부터 기계 가동을 멈췄다. 전해연 인턴기자
생애 절반을 남선연탄과 함께 한 최고참 이경남(71)씨는 ‘현실을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는 “문득문득 호황기 시절이 떠오르긴 한다. 시대 흐름에 따른 변화라고 이해하지만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며 “노후를 생각하면 계속 일을 더 하고 싶은데, 당장 나가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긴 한숨을 내뱉었다.

기계 설비를 관리·총괄하는 사령실에도 황광운(69)씨 혼자만이 남아 있었다.

황씨는 “올해까지 버틸 수 있지 않을까 기대 했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다. 이곳 연탄으로 어르신들과 소외계층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했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남선연탄은 석탄 공급처가 화순에서 강원도로 바뀌며 운송비가 증가한 반면, 수요는 비닐하우스 난방용·연탄구이 등까지 포함해 하루 1만 장 미만에 그치는 상황이다. 그동안 여름철 비수기 3개월 동안 휴업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로 이어갔지만 늘어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끝내 폐업 수순을 밟게 됐다. 남선연탄이 문을 닫으면 광주·전남 연탄 공장은 화순에 1곳만 남는다.

남선연탄 관계자는 “폐업 소식이 알려진 후에도 지자체 등에서 온 지원의 손길은 없다”며 “폐업 날짜는 특정되지 않았지만 일단 남아있는 석탄을 모두 소진할 계획이다. 이달 말께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된다. 폐업신고, 부지·장비 처리 등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밝혔다.
강주비 기자·전해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