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4시간 수업에 안전 책임지는 '신호수' 이수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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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단 4시간 수업에 안전 책임지는 '신호수' 이수증”
●건설기초안전보건교육 체험기
자동차 통제 등 책임 중요하지만
문외한·외국인도 교육이수 가능
전문가 “쉬워보여도 중요한 직책”
“건설안전 직결 전문성 확보해야”
  • 입력 : 2023. 06.04(일) 18:00
  • 박소영 수습기자 soyeong.park@jnilbo.com
지난달 30일 외국인노동자와 시민 등이 광주 북구 한 건설기초교육장에서 건설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을 받기 위해 강의를 듣고 있다. 박소영 수습기자
“거기 주무시면 안 됩니다.”

날카로운 꾸중에 몇몇이 고개를 다시 들었다. 지적받은 사람은 엎드렸던 몸을 일으키고 고개를 저으며 잠을 쫓아냈다.

지난달 30일 찾은 광주 북구 한 건설기초교육장에는 건설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을 얻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남는 시간에 수업을 들어보려고 나온 주부부터 취직하려는 20대, 외국인노동자까지 성별·연령·국적이 천차만별이었다.

건설기초안전보건 교육은 건설업 근무를 하려는 모든 노동자가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최소한의 안전 교육으로, 수업 직후 바로 이수증을 받는다.

이수증을 얻은 노동자는 ‘도로공사 신호수’나 ‘아파트 등 건설 현장 일용직’으로 근무할 수 있다.

이 중 ‘신호수’란 공사장 주변의 통행안전과 교통을 원활하게 도와주는 사람으로 교통통제 목적에 따라 교통흐름을 정지하거나 통행하고, 공사구간에 진입하는 차량을 서행 운행하도록 유도하는 사람을 말한다. 작업차량을 안전하게 현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고 현장의 안전시설, 안전알림판에 대해 수시로 점검하고 작업자의 안전을 우선시한다. 또한 현장 안의 보행자 동선을 확보하기도 해, 건설현장에서는 필수적인 인원이다.

이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전문교육기관에서 기본적인 건설안전보건지식을 4시간 교육하도록 규정했다.

교육 신청은 쉬웠다. 별다른 예약 없이도 교육 시작 10분 전까지 교육장으로 가 등록하기만 하면 된다. 신분증과 4~5만원 정도의 교육비를 들고 전화번호·생년·이름·직업을 적으니 바로 교육장으로 들어가라는 안내를 받았다.

오전 9시에 시작된 수업은 △산업재해유형별 위험요인 및 안전보건조치(2시간)△ 안전보건관리체계 현황 및 산업안전보건 관련 근로자의 권리 의무(1시간)△건설공사의 종류 및 시공절차(1시간)으로 이뤄졌다.

강사는 “건설업은 사고 사망자가 많이 나오는 업종이고 우리나라 산업재해 사망사고 절반이 건설현장에서 발생한다”며 수업 내내 건설현장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4시간의 수업 중에서 어떻게 하면 그런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알기란 쉽지 않았다. 교육은 건설 현장 내 포괄적인 안전교육을 실시할 뿐 직종별 세부 교육은 이뤄지지 않았다. 신호수의 경우도 관련 교육은 전무했다.

함께 수업을 들었던 박효성(31)씨는 “원래는 다른 직장이 있었는데 일이 없어 건설현장에 나가보려 이곳을 찾았다”며 “수업 내용이 어려워 교육 현장에서 교육을 더 받아야겠다고 느낀다. 현장에서 어느 직종으로 갈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현장에 처음 오는 사람에게 신호수 일을 준다던데 따로 언급이 없어 의아하다”고 말했다.

기자가 4시간 교육 후 건설업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을 받았다. 건설현장 일용직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생겼다. 박소영 수습기자
또한 수업 중 나오는 건설용어들은 매우 생소해 대부분이 어려워하는 분위기였다. 외국인 노동자는 더욱 못 알아듣는 표정이었다. 실제 이날 교육에 참가한 사람 중에는 카자흐스탄인도 존재했다. 간단한 대화에도 번역기가 필요했던 그는 수업 중 잠을 자거나 핸드폰을 하는 등 집중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이 끝나자 전원 이수증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제 기자뿐만 아니라 졸았던 사람들, 외국인 노동자들 모두 건설현장 등에서 신호수 등 안전 관련 일을 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주 노동자가 아니더라도 건설현장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 교통통제를 맡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라고 말한다.

이준상 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지역본부 조직국장은 “건설기초안전보건교육은 형식적이고 아주 기초적인 내용을 교육하고 있기 때문에 따로 현장교육을 하지 않는 중소규모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며 “건설현장 안전교육은 별도로 시스템을 만들어 직종별 전문성을 재교육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이어 “신호수도 쉬운 일 같지만, 안전과 직결된 일이라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작은 실수가 노동자의 생존에 영향을 주는 만큼 안전교육 시스템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소영 수습기자 soyeong.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