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결실’ 광주순례길… “이야기 들으러 오세요”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광주시
‘10년 결실’ 광주순례길… “이야기 들으러 오세요”
10년동안 오방길 등 12곳 조성
매월 둘째주 토요일 투어 운영
6·10항쟁길 등 테마 정해 모집
4년간 연중 이용객들 발길 이어
순례길 정비 시급… 보행 불편
  • 입력 : 2023. 05.29(월) 17:37
  •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지난 4월 (사)광주마당이 주최한 광주순례길에 참여한 탐방객들이 전일방직을 둘러보고 있다. 광주마당 제공
800㎞에 이르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전 세계 가톨릭 신자는 물론 여행객이라면 평생에 꼭 한번은 가보고 싶어 하는 코스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사람인 야고보가 묻힌 스페인 산티아고 대성당에 이르는 모든 길이 순례길이다.

광주에도 순례길이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성찰과 치유의 길이라면, 광주순례길은 ‘혁명’의 역사가 묻어있는 장소다.

광주순례길은 동네 구석구석에 묻어있는 ‘혁명’의 흔적들을 발굴해 길로 연결했다. 김광란 전 광주시의원, 전영원 전 광주 동구의원, 김홍길 5·18기록관 연구관, 이민철 (사)광주마당 대표가 의기투합해 2009년부터 고민해 왔던 것이 10년 만인 2019년 ‘혁명의 도시, 광주순례길’로 결실을 맺었다.

김광란 전 시의원은 “5·18이 반세기가 되는 2030년엔 광주가 어떤 곳이면 좋을까 상상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왔던 것이 계기였다”며 “‘급하게 진행되는 것을 지양하자, 지금부터 무엇이라도 시작하자’ 했던 것이 2009년이었고 우리가 바라는 광주의 모습이 순례길이었다”고 설명했다.

(사)광주마당이 주최하는 광주순례길은 항일독립운동, 4·19, 5·18, 6·10 등 익히 잘 알려진 항쟁·혁명을 담은 장소로 골격이 짜여졌다. 3·1만세운동이 일어났던 양림동 일대와 충장로, 광주 경찰서, 옛 광주형무소 터가 연결돼 ‘광주 3·1독립만세의 길’이 됐고, 오월어머니집, 옛 적십자병원, 옛 도청광장과 녹두서점 옛터, YWCA옛터, 상무관, 대인시장은 ‘오월여성 길’과 ‘오월항쟁의 길’이 됐다. △민주묘지 길 △광주3·1독립만세 길 △오월항쟁 길 △전남 민주길 △오월여성길은 매달 주제를 달리하며 한차례씩 탐방객을 맞는다.

광주 곳곳에 담긴 사람과 마을, 자연자원도 ‘순례길’ 범주에 포함됐다. 삶의 모든 곳에서 새로운 변화에 대한 과감한 시도가 혁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 과정에서 시민들의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공공자산으로 자리잡도록 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했던 이유기도 했다.

마을 뒷산 관통 도로 개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두레를 조직해 마을 생태자원과 환경을 지켜온 광주 북구 일곡동 한새봉은 △전환의 길로, 아시아 최대규모의 선사시대 유적은 ‘마한유적체험관-반월마을회관-영산강길-풍영정’의 코스로 △마한 영산강 시대를 만나는 길이 됐다. ‘지스트-국립과학관-테크노파크-한국광기술원-광주생산기술연구원-디자인진흥원-쌍암공원-지스트’로 구성된 △과학자의 길은 광주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곳이다.

매달 둘째 주 토요일 오전 진행되는 광주순례길에는 평균 20~30명의 탐방객이 참여하지만, 푸른길이나 무등산 평두메습지 등 자연과 관련된 코스에는 70~80명의 탐방객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를 보이기도 한다.

광주순례길을 주최하는 광주마당은 ‘광주 순례길’이 타 지자체의 도보여행 상품과 차별화를 이루도록 전국 17개 광역시·도와 226개 기초지자체 관계자들을 위한 연수코스로 활용하는 것이 목표다.

김 전 의원은 “기초의원부터 국회의원, 지자체 공무원 등이 ‘국내 연수로 꼭 걷고싶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도보여행이 공정여행, 착한여행으로 인식되는 분위기에 더해 ‘광주순례길’이 ‘개념여행’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다만 광주가 가진 항쟁과 혁명의 장소, 시민들의 피땀 어린 경험이 담긴 동네 곳곳의 이야기가 공공자산으로 실현되기 위해선 반드시 전제될 것이 있다. 누구에게나 걷기 편한 길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김 전 의원은 “도시의 이동권은 그 도시의 상징이자 평등의 상징”이라며 “5·18 50주년이 되는 2030년에는 노인과 장애인, 어린이가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 광주를 상징했으면 하는 바람이고, 광주순례길이 지자체에 이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