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부담에 '안전' 외면…지게차 사고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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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생산량' 부담에 '안전' 외면…지게차 사고 빨간불
광주, 올 지게차 사망사고 2건
전국서 한달새 5명 사망 '급증'
인력·비용 문제로 안전 '뒷순위'
자격증 없이 운전하는 경우 많아
  • 입력 : 2023. 05.24(수) 17:57
  •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
한 지게차 운전수가 도로서 작업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전국적으로 지게차 사고가 급증하는 가운데, 광주에서도 올해만 지게차 사망 사고가 2건 발생해 안전사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이 같은 사고의 배경에는 안전보다 생산량을 우선시하는 사업장의 구조적 문제가 작용한 것으로 확인돼 당국의 전수조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3일 광주고용노동청(노동청)에 따르면, 지난 19일 전국에서 사고 사망자가 다수 발생함에 따라 각 사업장에 안전관리 강화를 당부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주목할 점은 지게차 사고의 증가가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5월 중대재해 발생 동향’을 살펴보면 최근 1개월(4월14일~5월16일)간 5명이 지게차 사고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5건 중 4건은 지난 12~16일 사이에 집중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명 이상 증가한 수치다.

그런데 노동청의 공문 발송 당일 광주에서 다시 또 지게차 사고가 발생, 한 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불과 일주일(5월12일~19일) 사이 전국적으로 5명이 지게차 사고로 사망한 것이다.

광주 북부경찰에 따르면 당시 북구 동림동 소재 목재 제조공장에서 지게차가 전도됐다. 이로 인해 작업자 A(64)씨가 숨졌다.

A씨는 화물차에 적재된 목재묶음을 지게차로 하역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하역 도중 목재묶음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균형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 반동으로 목재묶음 더미가 지게차를 덮쳐 전도됐다. 지게차에 깔린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앞서 지난 1월에도 광주서 한 외국인 노동자가 지게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광산경찰은 지난 1월9일 광산구 하남산단에 위치한 에어컨·냉장고 부품 제조공장에서 필리핀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 B(32)씨가 지게차에 치여 숨졌다고 밝혔다.

당시 지게차를 운전하던 베트남 국적 동료 C(21)씨는 자재 보관소에서 물건을 옮기다 사각지대에 서 있던 B씨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지게차 업무 종사자들은 ‘예견된 사고’라고 말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지게차 안전수칙으로 △자격자 운전 및 교육이수 △보행로와 지게차 전용통로 구분 △작업지휘자 및 유도자 배치 등을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사업장은 인력·비용 문제를 들어 지키지 않고 있다.

지게차 업무 13년 차인 노동자 D씨는 “지게차는 어느 현장에서든 필수품인데, 이를 다루는 사람들의 자격 요건은 매우 허술하다”며 “3톤 미만은 일정 시간 이상 교육만 들으면 운전 자격이 주어지고, 3톤 이상은 별도의 자격증이 필요함에도 키만 꽂혀 있으면 아무나 가서 조종하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D씨는 “크기가 큰 중량물을 옮기거나 운전이 미숙한 일용직·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신호수가 꼭 필요하지만, 인력 부족을 겪는 상황에서 신호수를 배치할 만한 여력이 없다”며 “지게차 사고 발생률은 높은데 이를 전담하거나 관리하는 인력도 전무하다”고 말했다.

규모가 큰 사업장 역시 지게차 안전은 ‘뒷순위’다.

대기업 협력업체서 일하는 E씨는 사측의 ‘생산 압박’에 작업을 서두르면서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E씨는 “이동 통로가 2m 정도인 좁은 공간에서 지게차 업무를 하는데, 양쪽에 적재된 물품의 높이가 4m가량 된다. 적재 물품 사이에 작업자가 들어가면 보이지 않아, 후진하다 추돌할 뻔한 아찔한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며 “안전벨트나 안전모를 쓰라는 기본적인 회사 규정 외에, 사실상 사각지대·전도 등의 위험에 대한 책임은 모두 작업자 개개인에 맡겨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E씨는 “전방 시야 확보를 위해 후진을 해야 하고, 과속하면 안 되는 등의 안전수칙은 모두 알고 있지만 지키기 쉽지 않다”며 “회사 입장에선 ‘생산량’이 1순위이기 때문에, 작업자들은 일을 서두르게 되고 안전 대신 일을 빨리, 많이 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노동청 관계자는 “사고가 난 사업장에 대해서는 조사를 통해 위험 요인이 있다면 시정 및 개선책 마련 등 지도·감독할 예정이다”며 “최근 관련 사고가 급증함에 따라 사업장에 사전작업계획서 작성 및 근로자와 공유, 작업지휘자 지정배치,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 실시 등 안전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한 상태다”고 말했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