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시의회 운영수석위원실 소속 구자언 주무관. 광주문화재단·제작사(라이브㈜, 극공작소 마방진) 제공 |
![]() 광주시의회 운영수석위원실 소속 구자언 주무관(오른쪽에서 두번째)이 5·18민주화운동을 그린 뮤지컬 ‘광주’에 배우로 참여했다. 광주문화재단·제작사(라이브㈜, 극공작소 마방진) 제공 |
5·18민주화운동을 그린 뮤지컬 ‘광주’ 무대에 광주시의회 소속 공무원이 배우로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네번째 시즌을 맞은 ‘광주’의 아홉 차례 공연을 모두 소화한 광주시의회 운영수석위원실 소속 구자언(36·사진) 주무관이 그 주인공이다.
구 주무관은 광주 출생자·거주자 등을 대상으로 한 ‘광주’ 오디션에서 18대1의 경쟁률을 뚫고 최후의 5인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원래 뮤지컬 장르를 좋아해서 공연을 많이 보러 다녔다”며 “동호회 활동 중 하나로 연극 공연을 하는데 아마추어지만 나름대로 ‘배우 생활’을 해보니 자연스레 ‘광주’ 오디션에 관심이 쏠렸다”고 말했다.
지원서에 직업을 쓰는 란이 없었기 때문에 아무도 구 주무관의 신분을 모르는 채로 1차 서류부터 2차 오디션까지 진행됐다.
오디션에 합격한 그는 시의회에서 겸직을 허가받고, 장기 재직 휴가와 연가를 모두 끌어모아 한 달 가까이 연습과 공연에 임했다.
체계적으로 노래·춤을 배운 적 없던 그지만 광주에서 나고 자라며 5·18에 대한 배경지식 하나만은 자신 있었다.
시민군 ‘임나주’ 역할을 맡은 구 주무관은 “현재 광주에 살고 있는 배우는 나밖에 없었다”며 “광주시민이자 지역 공무원으로서 5·18 기초 지식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광주시민을 광주시민답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구 주무관은 전날 마지막 공연을 마친 뒤 22일 시의회로 복귀할 예정이었지만, 공연 도중 다리 부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매일 앉아 있던 공무원 생활과 달리 역동적이어야 하는 뮤지컬 배우는 정말 힘든 일이라고 느꼈다. 겸직 허가 등 여러 여건이 받쳐줘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며 “한달여간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뮤지컬에 집중할 수 있게 배려해 준 동료 직원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1986년생인 구 주무관은 5·18을 경험하지 않은 ‘포스트 5·18 세대’지만 공연을 하면서 5·18에 한 발 더 다가서고 아픔에 공감하게 됐다.
그는 “극 중 시민군인 나는 죽는다. 피와 죽음으로 민주주의를 지킨 그들이 있었기에 내가 자유롭게 공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공연 마지막 글귀가 ‘진실을 진실로 알고 진실되게 행하는 자, 진실 속에 영원히’다. 과거보다는 진상 규명이 됐다고 하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언젠가는 밝혀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광주’ 배우로 참여하며 5·18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산화한 열사를 표현하는 역할에 참여해 영광이었다”며 “다시 본업에 충실하겠지만, 혹시나 ‘광주’에 다시 참여할 수 있다면 무대에 또 서고 싶다”고 밝혔다.
김해나 기자 haena.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