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지킨 열사 표현할 수 있어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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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민주주의 지킨 열사 표현할 수 있어 영광”
뮤지컬 ‘광주’ 무대 선 공무원 눈길
구자언 광주시의회 운영위 주무관
한 달 연차쓰고 ‘시민군’ 연기 혼신
  • 입력 : 2023. 05.22(월) 17:50
  • 김해나 기자 haena.kim@jnilbo.com
광주시의회 운영수석위원실 소속 구자언 주무관. 광주문화재단·제작사(라이브㈜, 극공작소 마방진) 제공
광주시의회 운영수석위원실 소속 구자언 주무관(오른쪽에서 두번째)이 5·18민주화운동을 그린 뮤지컬 ‘광주’에 배우로 참여했다. 광주문화재단·제작사(라이브㈜, 극공작소 마방진) 제공
“무대에 오를 때마다 뭉클하고 벅차오르는 감정 때문에 매번 울었어요. 그만큼 열과 성을 다해서 공연에 임했습니다.”

5·18민주화운동을 그린 뮤지컬 ‘광주’ 무대에 광주시의회 소속 공무원이 배우로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네번째 시즌을 맞은 ‘광주’의 아홉 차례 공연을 모두 소화한 광주시의회 운영수석위원실 소속 구자언(36·사진) 주무관이 그 주인공이다.

구 주무관은 광주 출생자·거주자 등을 대상으로 한 ‘광주’ 오디션에서 18대1의 경쟁률을 뚫고 최후의 5인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원래 뮤지컬 장르를 좋아해서 공연을 많이 보러 다녔다”며 “동호회 활동 중 하나로 연극 공연을 하는데 아마추어지만 나름대로 ‘배우 생활’을 해보니 자연스레 ‘광주’ 오디션에 관심이 쏠렸다”고 말했다.

지원서에 직업을 쓰는 란이 없었기 때문에 아무도 구 주무관의 신분을 모르는 채로 1차 서류부터 2차 오디션까지 진행됐다.

오디션에 합격한 그는 시의회에서 겸직을 허가받고, 장기 재직 휴가와 연가를 모두 끌어모아 한 달 가까이 연습과 공연에 임했다.

체계적으로 노래·춤을 배운 적 없던 그지만 광주에서 나고 자라며 5·18에 대한 배경지식 하나만은 자신 있었다.

시민군 ‘임나주’ 역할을 맡은 구 주무관은 “현재 광주에 살고 있는 배우는 나밖에 없었다”며 “광주시민이자 지역 공무원으로서 5·18 기초 지식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광주시민을 광주시민답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구 주무관은 전날 마지막 공연을 마친 뒤 22일 시의회로 복귀할 예정이었지만, 공연 도중 다리 부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매일 앉아 있던 공무원 생활과 달리 역동적이어야 하는 뮤지컬 배우는 정말 힘든 일이라고 느꼈다. 겸직 허가 등 여러 여건이 받쳐줘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며 “한달여간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뮤지컬에 집중할 수 있게 배려해 준 동료 직원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1986년생인 구 주무관은 5·18을 경험하지 않은 ‘포스트 5·18 세대’지만 공연을 하면서 5·18에 한 발 더 다가서고 아픔에 공감하게 됐다.

그는 “극 중 시민군인 나는 죽는다. 피와 죽음으로 민주주의를 지킨 그들이 있었기에 내가 자유롭게 공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공연 마지막 글귀가 ‘진실을 진실로 알고 진실되게 행하는 자, 진실 속에 영원히’다. 과거보다는 진상 규명이 됐다고 하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언젠가는 밝혀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광주’ 배우로 참여하며 5·18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산화한 열사를 표현하는 역할에 참여해 영광이었다”며 “다시 본업에 충실하겠지만, 혹시나 ‘광주’에 다시 참여할 수 있다면 무대에 또 서고 싶다”고 밝혔다.
김해나 기자 haena.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