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일의 ‘색채 인문학’>미 군인들 사망 때 훈장 ‘퍼플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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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획
박현일의 ‘색채 인문학’>미 군인들 사망 때 훈장 ‘퍼플 하트’
(198) 색채와 국가
박현일 문화예술 기획자/철학박사·미학전공
  • 입력 : 2023. 05.09(화) 13:03
●독일

독일에서는 ‘최후의 발악, 연보라’라는 옛말이 있다. 이 말은 완전히 꺼지기 전 마지막 불타오르는 섹스에 대한 욕망을 가리킨다. 퍼플의 색은 나라별로 조금씩 다르다. 독일인은 별생각 없이 보라색을 ‘파란빛이 살짝 도는 빛나는 빨강’이라고 했다. 1999년에 제작된 전화번호부를 참고로, 독일에서 사용한 색이름이 성으로 사용한 예이다. 보라색(비올레트 Violet/Violett)은 21개였다.

●미국

미국인이나 영국인은 자수정의 보라색이야말로 퍼플이라고 단언한다. ‘퍼플 하트(purple heart)’는 ‘보라색 심장’으로 가장 유명한 훈장의 색이다. 특히 미국에서 군인들이 사망했을 때 가족이 이 훈장을 받는다. 보라는 삶과 죽음의 한 가운데에 있는 색이다. 럭키쉬(Luckiesch, M.)는 그의 저서인 시각의 과학(The Science of Seeing), D. Van Nostrand Co., Inc., New York, 1937.)에서 미국 성인들의 작은 색종이 실험 결과 피검사자의 기호 순서를 5가지로 분석되었다. “그중에 한 가지는 중간적 빨강, 연한 갈색, 짙은 갈색(焦茶色), 대서 색(代緖色, sienna, 붉은 갈색), 보라, 오렌지색들을 좋아한다.” 미국에서 보라색은 주로 할머니 이미지가 연상되었기 때문에 인기가 없었으며, 차차 사람들의 선호하는 색으로 변화되었다.

●스페인

알람브라(Alhambra)라는 이 색은 알람브라 궁전(라나다 왕국 시기에 건립)을 이미지시킨 칙칙한 파란 기미가 있는 보라를 말한다. “스페인 그라나다(Granada)의 사비카(Savica) 언덕 위에 세워진 알람브라 궁전은 화려한 아라베스크(arabeaque) 문양의 벽과 환상적인 천장은 아름답고 훌륭하다.”

●영국

1308년 영국 여왕과 왕이 대관식에 사용했던 의자 팔걸이는 짙은 보라색 벨벳이며, 왕관들도 모두 보라색으로 받쳐져 있으며, 여왕의 생일 행렬에 사용됐던 마차의 쿠션도 역시 보라색이다. 1908년 영국 여성인 에멀린 페트릭 로렌스(Emmeline Patrick Lawrence)는 보라와 하양 그리고 초록을 여권운동의 색으로 발표하였다. “지배자의 색인 보라는 여성의 투표권을 위해 싸우는 모든 여성의 혈관 속에 흐르고 있는 왕의 피를 상징하며, 또 자유와 품위에 대한 여성의 자각을 상징한다.” 미국인이나 영국인은 자수정의 보라색이야말로 퍼플이라고 단언한다. 런던 포그(London Fog)라는 이 색은 안개 낀 런던을 이미지시킨 어두운 회색 기미가 있는 보라를 말한다. “안개 낀 런던은 로맨틱하지만, 런던 포그는 1952년 런던의 사건에서 유래되었다. 템스(Thames)강의 계곡에서 스모그가 발생한 사건이며, 매연으로 더럽혀진 안개가 원인이었다.”

●이탈리아

574년에 제작된 이탈리아 북부 도시 라벤나의 산비탈레(San Vitale) 교회의 모자이크화는 황제 유스티니아누스(Justinian, 483년~565년)와 그의 아내이자 공동 지배자인 여황제 테오도라(Theodora)가 입은 퍼플 의상이 매우 짙어서 거의 갈색이 나는 보라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