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97-2> 밀려오는 복합쇼핑몰… 시름 깊어가는 소상공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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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97-2> 밀려오는 복합쇼핑몰… 시름 깊어가는 소상공인들
광주 상인들 “생존권 보장” 호소
“市, 면담·민관협의체 구성도 외면”
4일 대규모 점포 입점 대응공동회
광주시 “구체 계획 세워진 후 논의”
  • 입력 : 2023. 04.30(일) 17:40
  •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
광주시상인연합회 등 14개의 중소상인 단체로 구성된 복합쇼핑몰 광주상인대책위원회는 지난 1월31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복합쇼핑몰 관련 소상공인 상생방안을 외면하는 광주시를 규탄했다. 복합쇼핑몰 광주상인대책위원회 제공
복합쇼핑몰을 두고 유통 대기업이 각축전을 벌이는 동안 광주의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었던 자영업자들에게 ‘복합쇼핑몰’이 또 다른 난관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광주시나 복합쇼핑몰 유치 기업이 영세상인의 생존권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광주의 소상공인들은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는 순간 생존권을 위협받는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광주의 대표 전자상가인 금호월드에서 상인회장을 맡고있는 김동규씨는 “코로나 시기에 매출이 30~40%나 떨어졌고 방역지침이 풀린 뒤로도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져서 좀처럼 (매출이) 회복되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복합쇼핑몰이 최소 1개에서 많게는 3개까지 들어선다면 꼼짝없이 길거리에 내몰릴 판이다”고 말했다.

김 회장을 비롯한 광주상인대책위는 복합쇼핑몰의 현실을 보기위해 대전의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를 방문했다. 지난 2021년 8월 개관한 대전의 복합쇼핑몰은 1년만에 호황을 이루고 있었지만 대전의 핵심 상권인 은행동은 이미 황폐화가 됐다는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충장로 2배 규모의 대전 은행동 상권이 텅텅 비어있었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조차 없었다. 은행동의 유명식당도 점심시간에 두 팀만 받아서 겨우 장사를 이어가고 있었다”며 “대전에 복합쇼핑몰이 세워진지 1년만에 은행동이 허허벌판이 됐는데 소상공인의 도시인 광주는 그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실제 광주가 소상공인의 비중이 높아 복합쇼핑몰의 여파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광주의 소상공인은 총 17만8979개소다. 전국의 사업체 대비 소상공인의 비율은 93.8%지만 광주는 94.2%로 5대 광역시 중 대구(94.5%) 다음으로 높았다.

2000년대에 광주에 대형 유통가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수 차례 타격을 받아온 광주의 소상공인들은 복합쇼핑몰 소식에 “과거 악몽이 크게 재현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세정아울렛 개점 당시 호황을 누렸던 김상묵 세정아울렛상인회장의 매출은 2008년 롯데아울렛 광주월드컵점, 2009년 롯데아울렛 수완점이 차례로 문을 열면서 반토막에 또 반토막이 나버렸다. 김 회장은 당시 상황을 상기하며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 도·소매업자, 소상공인들이 쓰러지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고 단언했다.

이렇듯 복합쇼핑몰이 유치되면 광주 영세상권이 직격탄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자 지난 1월 광주시상인연합회 등 14개 중소상인 단체로 구성된 복합쇼핑몰 광주상인대책위원회(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어 광주시에 면담이나 민관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하지만 면담 한 번 이뤄진 적 없고, 마련하겠다는 상생방안에서 피해당사자인 소상공인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현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만큼 복합쇼핑몰 추진 자체를 전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광주시나 복합쇼핑몰 유치 기업들은 자영업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받을 걸 알면서도 면담이나 논의가 성사된 적이 없다”며 “매출 피해는 물론 의류 도·소매업 종사자들도 모두 복합쇼핑몰로 갈게 뻔한데 광주시나 기업 측은 ‘고용창출’, ‘일자리증진’ 등으로 포장하면서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구제할 방안을 먼저 제시하지 못하고 복합쇼핑몰 입점이 확정돼야 이야기를 진행하겠다는 사후약방문식 대답만 늘어놓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책위는 광주 상인의 권리를 찾기위한 목소리를 광주시에 전달하고자 오는 4일 시민사회와 학계 등이 모여 ‘대기업 대규모점포 입점 대응 1차 광주상인공동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광주시는 복합쇼핑몰의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진 후 상생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복합쇼핑몰의 사업대상자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7~8월께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사업자가 확정되면 그 이후에 소상공인 단체와 논의할 복합쇼핑몰 상생발전협의회(가칭)를 구성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