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글로컬 대학 30’ 본질적 해결책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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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글로컬 대학 30’ 본질적 해결책 아니다
지역 없이 수도권만 존재 못 해
  • 입력 : 2023. 04.19(수) 17:57
정부가 지방대학을 대상으로 ‘글로컬대학 30’을 실시한다. 글로컬대학 30이란 지역혁신과 대학발전을 선도하기 위해 혁신 의지가 있는 30개 대학을 선정, 학교 당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하는 공모사업이다. 획기적인 지방대 생존 전략을 학교가 수립해 교육부에 제출하라는 것이다. 1000억 원이 걸리다 보니, 지방자치단체도 나섰다. 광주시는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여성가족교육국에 인재육성과(대학협력팀)를 신설했고 지역대학 혁신자문단도 구성, 운영하고 있다.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이상하게 뒷맛이 씁쓸하다. 최근 모 대학 총장을 만나 들어본 바, 이번 사업의 1차 제출 서류는 A4 5장의 혁신안이다. 이 안에 ‘이제까지 본적 없는 혁신’을 담으라고 한다. 정부는 ‘돈을 줄 테니, 고민은 당신들이 하라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30개의 대학에 들지 못한 대학들의 미래다. 비약하자면 교육부의 눈에 든 대학은 5년간 생명을 이어가고, 나머지 대학은 알아서 버둥거리라는 이야기로 들린다.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K-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지방대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분명한 것은 학령인구 감소나 방만한 운영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경제·문화 등 대한민국의 사회적 기반을 모두 갖고 자본마저 대부분을 손에 쥔 서울, 수도권 우선 정책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지방에 취업할 직장 하나 제대로 만들어 주지 않으면서 ‘지방대가 못하니 서울로 오는 것 아니냐’고 손가락질 한다. 정작 서울지역 대학은 건드리지도 않는다. 그 어떤 선진국도 대학 체계가 이토록 수도권 집중인 곳은 없다. 그런데 이 문제는 외면한 채 지방대만 들볶는다.

지방과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어렵고 힘든 시절 지역을 지키고 같이 성장하며, 역사를 채워 온 사람들이다. 이런 이들에게 본질적인 해결책을 주지는 못할 망정 생존게임으로 밀어 넣는 것은 지역에 대한 무례다. 지역 없는 수도권이 존재 가능할 것 같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