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열 폭주 취약 지하 전기충전소 지상 옮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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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열 폭주 취약 지하 전기충전소 지상 옮겨야
차량 밀집, 소방차 진입도 어려워
  • 입력 : 2023. 04.18(화) 18:04
화재 종류 중 ‘열 폭주’ 현상이 있다. 단 수 초만에 1000도 이상 열이 치솟는 것을 지칭하는데,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이 바로 전기차다. 열 폭주는 소방관들도 진압하기 매우 어렵다고 한다. 실제 화재 영상을 보면 전기차 조수석 아래 배터리에서 불이 난지 몇 초만에 앞 범퍼가 녹아내렸고, 외부 화재를 진압해도 차 아래선 불길이 잡히지 않는다. 소방관이 차를 덮는 질식소화 덮개도 써보고, 관통형 관창으로 배터리를 감싼 금속판을 깨부순 뒤 직접 물을 쏴보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결국 차량과 비슷한 크기의 냉각수조에 차를 담그는 것으로 간신히 화재를 진압했다.

현재 광주·전남 누적 전기차가 각각 2만 대를 넘어섰다. 당연히 충전소도 늘었다. 지난 16일 기준 광주 6144개소·전남 6465개소다. 그런데 이런 충전소 상당수가 지하 주차장에 자리하고 있다. 광주시가 지난달 관내 전기차 충전소 1300여 개소를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한 결과, 66%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있었고 이 중 80% 이상이 지하에 설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최소 3000여 개의 충전소가 지하에 설치된 셈이다.

만약 이런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배터리가 과충전 등으로 불이 붙으면 당연히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하고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차량이 밀집되고 배터리를 물에 담그기 위한 소화수조 진입조차 어려운 협소한 지하 주차장에서는 화재 진압이 어렵기 때문이다.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신속한 대응에도 한계가 있다.

관계 당국은 사고가 터지기 전, 지하주차장 내 충전기를 외부로 꺼내야 한다. 큰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고, 설혹 비용이 든다 해도 사람 목숨 값과 바꿀 수 없다. 그것이 어렵다면 지하 충전소에 격벽 등을 설치하는 대안이라도 마련해야 한다. 전기차 화재를 효과적으로 진압하기 위한 방안도 찾아야 한다.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불행을 앞에 두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을 우리는 ‘인재(人災)’라고 말한다. 인재는 항상 대가를 치루게 마련이다. 세월호와 박근혜 정부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