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다가오는데… 오월단체·시민사회 ‘갈등’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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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다가오는데… 오월단체·시민사회 ‘갈등’ 여전
특전사 공동선언식 두달째 반목
재단 중재에도 기존 입장 고수
“5·18 왜곡 공동대응 힘 합쳐야”
  • 입력 : 2023. 04.11(화) 17:50
  • 김혜인·정성현 기자
194개 광주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오월정신 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는 11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 245에서 언론 간담회를 갖고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공로자회와 대한민국 특전사동지회의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를 막는 등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김양배 기자
5·18민주화운동 43주년을 한달 여 앞둔 가운데 일부 오월단체와 시민사회단체 간의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대립은 오월단체가 특전사 동지회(특전사회)를 초청해 강행한 대국민 공동선언식을 시민사회단체가 반대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공법단체 2곳이 제43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5·18행사위)를 탈퇴하면서 반목은 더욱 깊어졌다. 지역 내에서는 오월단체와 시민사회 간 불필요한 소모전을 끝내고 화합과 대동정신으로 뭉쳐, 5·18 왜곡·폄훼에 공동 대응하는 등 힘을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시민단체 반발에 행사위 탈퇴 맞불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회장 황일봉)와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회장 정성국)는 지난 2월19일 특전사회를 초청해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선언식(공동선언식)’을 추진했다. 당시 발표된 ‘대국민 공동선언문’에는 계엄군 또한 불가피하게 상부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임을 강조하며 앞으로 5·18 진상규명과 정신계승에 특전사회도 적극 협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동선언식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광주 시민사회는 ‘계엄군을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역사왜곡’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공동선언식 이틀 후인 21일에는 194개 시민단체가 연대한 ‘오월정신바로세우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대책위)’가 출범, 두 공법단체에게 공동선언문을 폐기하고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지자 두 공법단체도 지난달 5·18행사위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하며 맞불을 놓았다. 공법단체 측은 “실현 불가능한 구호만을 주장하며 사회갈등을 부추기는 단체들과 공존할 수 없다”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 벌어진 간극 좁혀지지 않아

5·18기념재단(기념재단)은 공법단체와 대책위의 벌어진 간극을 좁히기 위해 내부적으로 중재를 시도했다. 기념재단은 공동선언문을 수정하는 조건으로 행사위에 다시 두 공법단체를 참석시키는 방향의 협상을 유도했지만, 양 측은 거절한 채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진태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공동선언문 상에서 계엄군의 진압이 질서 유지 차원의 불가피한 임무였다는 내용을 피력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당시 고통을 겪은 광주시민들에게 사과와 위로를 하는 것이 먼저라는 점을 공법단체에게 제시했고, 오랫동안 진척되지 못한 진상규명을 계엄군 당사자들에게서 듣겠다는 공동선언식의 취지를 대책위에게 전달하며 양측을 설득하려 했다”며 “서로의 입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아직까지 협상 테이블은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황일봉 부상자회장은 ”5·18 당시 투입된 계엄군 또한 학살자로부터 명령을 받아 어쩔 수 없이 광주에 온 피해자”라며 “이미 공식적으로 발표된 공동선언문을 수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폐기는 더더욱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대책위는 11일 언론간담회를 열어 5·18민중항쟁 기념주간인 5월21일 예정된 공법단체와 특전사회의 국립5·18민주묘지 합동 참배 저지 계획을 발표하며 “두 공법단체에게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번 합동 참배는 지난 공동선언식의 연장선이다. 당시 기습적으로 이뤄진 참배에 광주시민들이 혼란스러워했지만 사죄 하나 없이 다시 특전사회가 참배를 하는 것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내고 막을 것이다”며 “줄곧 요구한 대로 공동선언문을 폐기하고 사죄할 때까지 공법단체와의 협상의 필요성도 없다고 본다. 오히려 공동선언식 사태를 전국화할 방침이다”고 전했다.

● “전우원씨등 증언 이어지는데…”

양측이 갈등 해소를 위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오월 관계자들은 5·18민주화운동 43주년에 앞서 ‘5월 단체의 진정한 화합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민주주의 정착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오월단체 및 시민사회가 내부 분열 등으로 5·18 왜곡·폄훼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범태 국립5·18민주묘지관리사무소장은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 등 여권 인사들이 최근까지도 5·18 왜곡과 폄훼를 이어왔다. 바뀐 정권에서는 어떤가. 누차 약속했던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은 시간이 갈수록 지지부진해지고 있다”며 “이런 일에도 광주 오월단체들은 조용했다. 가장 강력한 비판 목소리를 내야 할 일부 공법단체는 침묵하기도 했다. 이는 오월단체의 분열과 내홍 탓이 크다. 5·18 추모식이 당장 다음 달이다. 당사자가 빠진 5·18은 있어선 안 된다. 갈등이 있더라도 이제는 봉합해야 한다. 다시 함께 오월정신을 이어가야 한다”고 전했다.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오월어머니집 회원 80%가 5·18 유족이다. 결국 당사자로서 공법단체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비록 현재 여러 문제로 갈등이 빚어진 상황이지만, 방법·과정이 개선된다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본다. 최근 전우원씨 등 과거 증언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5·18 정신계승·진실 규명을 위해 모두가 화합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고 말했다.
김혜인·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