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주목받는 '비자금 조성용' 전두환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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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다시 주목받는 '비자금 조성용' 전두환 컬렉션
전우원 SNS 폭로에 이어 광주 방문
“몇십억 예술작품 소장…돈세탁 악용”
2014년 추징금 환수 위해 경매 진행
지역출신 김환기·천경자 작품도 등장
모조품도 상당수 예상보다 적게 매수
"전두환 프리미엄 없어 실익 없을 것”
  • 입력 : 2023. 03.30(목) 17:33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지난 2013년 전두환의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해 검찰이 압류한 미술품 중 겸재 정선의 작품. 뉴시스
전두환 일가가 비자금 조성을 위해 수집해 온 고가의 미술품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씨의 입을 통해서다. 그는 SNS를 통해 “연희동 사저에 추징을 피해 숨겨둔 비자금이 있다. 몇십억 예술작품을 가족들이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폭로를 이어가던 중 5·18민주화운동 피해자에게 사죄의 뜻을 밝히며 지난 29일 광주에 도착했다.

전두환은 1995년 내란혐의 등으로 기소됐고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 받았다. 이후 검찰은 추징금 환수를 위해 일가가 소유한 부동산 공매 대금을 비롯해 여러 미술품을 확보했다. 케이옥션과 서울옥션에서 경매를 위탁했고 지난 2014년 이른바 ‘전두환 컬렉션’이 6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당시 경매는 낙찰률 100%를 기록했으며 낙찰 총액은 72억원에 달했다. 이 중 경매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이 전부 국고로 환수됐다. 검찰은 미술품 관련 환수금액 예상치를 100억으로 예상했지만 완성작이 아닌 목판이나 위작들도 상당해 목표 금액만큼은 환수되지 못했다.

경매 최고가는 전두환 자택에 걸려 있던 이대원 화백의 1987년작 ‘농원’으로 6억6000만원에 낙찰됐다. 이 작품은 연못과 들판, 산과 나무가 자리한 농원의 전경이 분홍빛 하늘로 묘사됐는데 작가 특유의 필치와 화사한 색채감이 잘 어우러져 미술적 가치가 상당한 것으로 평가됐다.

광주·전남 출신 작가 김환기, 천경자 등 작품도 경매품으로 등장했다. 신안출신 김환기 작가는 한국 추상화 선구자로 평가받는데 그의 작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등이 경매품에 포함됐다. 고흥출신으로 젊은 시절 광주에서 활동했던 천경자 작가 ‘미인도’ 등도 경매로 나왔다.
지난 2014년 진행되고 있는 전두환 추징금 환수를 위한 ‘전재국 미술품 컬렉션’ 경매장 모습. 뉴시스.
지방세 미납금도 10억원에 달해 고액 미납자로도 오명을 올렸다. 서울시는 세금 환수를 위해 지난 2018년 12월 서대문구 연희동 전 전 대통령 자택을 수색한 바 있다. 당시 3시간에 걸친 가택수색을 통해 TV, 냉장고, 병풍 등 가전·가구류와 그림 등 총 9점을 압류했다. 이 가운데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그림과 ‘수고천장도’ 등 그림 2점을 2019년 각각 공매해 총 6900만원을 환수한 바 있다.

당시 연희동 접견실에 있는 ‘취임사가 적힌 병풍’도 압류를 시도했으나 유리 벽에 둘러싸여 있어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취임사가 적힌 병풍의 예상 가격보다 유리 벽을 해체하는 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든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그림 2점이 공매로 매각 됐고 나머지 압류품들은 사실상 실익이 없었다. 취임사 병풍은 감정평가 결과 600만원으로 나왔는데 병풍을 둘러싼 유리벽을 해체하는 인테리어 비용이 더 큰 것으로 추산됐다”며 “나머지 미납 금액은 ‘전두환 회고록’ 저작권료로 충당하려 했는데 초반에 무료로 배포한 권수가 상당해 추징된 금액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현재 출판을 둘러싸고 법정 다툼이 마무리되지 않아 저작권료 환수는 중단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전두환 컬렉션’의 가치는 시장가 보다 떨어진 수준이라고 말했다.

광주 미술업계 관계자는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수집가가 누구냐에 따라 작품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며 “전두환 컬렉션의 경우 수집가 네임의 프리미엄이 붙는 사례는 아니다. 오히려 마이너스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두환 컬렉션은 애초에 전두환을 수집가로 바라봐야 할지 그 당위성부터 불분명 하다”며 “예술계 성장과 재테크를 위해 미술품을 수집한 것인지, 상속세 등을 피하려고 비자금 명목으로 수집한 것인지 아니면 뇌물성 물품들인지 구별하기 힘들다. 수집과정에서 자녀들에게 증여된 작품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