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이 바다로 추락할때까지 ‘안전망’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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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차량이 바다로 추락할때까지 ‘안전망’은 없었다
완도 당목항 바다로 추락... 3명 사망
운전자 운전 미숙이 1차 원인이지만
안내원·추락방지물 등도 전혀 없어
"인명피해 예방 위한 안전대책 필요"
  • 입력 : 2023. 03.19(일) 18:23
  •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
지난 18일 오후 4시19분께 완도군 약산면 한 항구에서 승용차가 바다로 추락해 해경이 인양하고 있다. 완도해경 제공
완도의 한 선착장에서 여객선 탑승을 대기하던 승용차 한 대가 바다로 추락, 차에 타고 있던 일가족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비극이 발생하는 동안 현장에는 이들을 저지할 안내요원이나 구조물 등은 전무했다. 해경은 운전자가 차량을 후진하며 선박에 오르려다 미끄러진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19일 완도해양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4시19분께 완도군 약산면 당목항 선착장에서 승용차가 바다에 빠졌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은 약 40분 만에 사고 해상에서 SM3 차량을 인양, 차 안에 타고 있던 70대 중반 부부 A·B씨와 손녀 C(30)씨 등 일가족 3명을 구조했다.

7m 수심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이들은 곧장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모두 숨졌다. 차량은 70대 남성이 운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경은 CCTV·목격자 진술 등을 통해, 이들이 당목항에서 완도 금일도로 가는 철부도선(차량과 화물을 나르는 선박)에 후진 승선하는 도중 바다로 빠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인양당시 자동차의 기어가 ‘중립(N)’에 놓여있던 것을 확인, 경사로에서 차가 급히 미끄러지자 미처 제동을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추락 차량 구조 활동에 참여했던 한 주민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객선에 차를 실으려면 뱃머리에서 차를 후진한 뒤 직진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차량은 왼쪽으로 틀어 들어가다가 그대로 바다로 추락했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는 안내요원 배치·추락 방지 구조물 등 이들의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당시 CCTV 장면을 보면, 선착장 내 주차장에는 여객선에 타기 위한 차량들이 정차·대기 중이었다. 그러나 사고 차량인 SM3가 갑자기 바다 방향으로 후진을 시작, 그대로 해상으로 돌진했다. 차량의 속도가 빠르지 않았음에도 이를 저지할 구조물 등은 없었다. 떨어지기 직전 한 안내원이 멈추라는 손짓을 보냈지만 차량의 추락을 막지 못했다.

18일 오후 4시19분께 완도 당목항 선착장에서 차량 한 대가 후진하는 모습. .KBS 방송 캡처
해양경찰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2020년 3년간 연안 차량추락 사고는 연평균 47건으로 매년 1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장소별로는 △항·포구 54% △해안가 22% △방파제 14% △갯벌 5% 순이었다. 안전 시설물 설치가 미흡한 항·포구 인근에서 가장 많은 사고가 일어났다. 추락 이유로는 운전미숙이 가장 컸다.

이에 관계기관은 위험성이 있는 항·포구를 중심으로 지자체와 합동 점검 등에 나서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당목항 선착장에서 근무하는 한 여객선 관계자는 “현장에 당국이 설치한 추락위험표지판 등이 있지만, 이걸 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이 탓에 안내원들의 ‘대기하라’는 지시를 못들은 차량들이 종종 혼자서 움직이는 경우가 있다”며 “이번 사례도 이런 경우지 않나 싶다. 한 명의 관리요원이 차량을 여객선으로 안내할 때는 주차된 차량까지 볼 여력이 없다. 이런 허무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실질적인 안전방지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완도해경 관계자는 사고와 관련해 “운전자가 차를 실으려 대기를 한건지 아니면 정차 중 제동장치 미숙으로 이렇게 된건지 등은 블랙박스·차량 감식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라면서 “해당 연안에서는 10여년 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담당 기관에서 추락방지 장치 등 안전시설물 설치·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