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후폭풍 키우는 정부의 섣부른 한·일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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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후폭풍 키우는 정부의 섣부른 한·일외교
‘제3자 배상안’에 각계 반발
  • 입력 : 2023. 03.06(월) 18:07
정부가 6일 발표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배상안을 두고 지역 시민 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자금으로 피해자에 배상하고, 일본 기업이 향후 참여하는 ‘제3자 배상안’이 일본의 책임을 덮어주는 합의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금까지 배상 책임을 완강히 부인하는 일본 정부와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한 정부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지만 피해자를 위한 것도 아니고, 일본 강제징용 기업에 책임을 묻기 위한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배상안의 핵심은 국내 기업이 출연한 기부금을 배상 피해자에게 지급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은 ‘한국 정부가 최대로 양보했다’는 일본 측 입장처럼 국민의 생각과는 동 떨어져 있다. 일본 기업과 정부의 ‘성의 있는 호응’이 동반 돼야 한다고 했던 과거 윤석열 정부의 생각과도 맞지 않다. 일제 강제동원의 불법성을 적시한 대한민국 대법원의 판결 취지도 반영하지 못한다.

일본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강제징용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사실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 표시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과거로의 퇴행’을 막겠다며 우리 스스로 해법을 찾겠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분열도 우려된다. 이번 결정을 두고 일본과의 관계를 넘어 우리나라 내부에서 갈등이 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과거 우리 대법원이 피해자의 손을 들어준 것은 강제징용에 대한 일본의 명확한 사과와 일본 전범기업에 배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정부의 발표는 ‘문제 해결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정부는 ‘굶어 죽어도 그런 돈은 받지 않겠다’는 피해자의 절규를 무겁게 받아 들여야 한다.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가해 기업이 피해자 배상에 참여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 일제가 저질렀던 위안부 문제부터 독도영유권까지 일본과의 관계를 푸는 열쇠도 여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섣부른 외교는 후폭풍만 불러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