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보다 비싼 등유'에 서민들 겨울나기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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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휘발유보다 비싼 등유'에 서민들 겨울나기 '한숨'
광주 등유 가격 1ℓ당 1600.96원||휘발유 1523원…70원 이상 비싸||한 드럼에 32만원 “난방비 어쩌나”||‘수요 증가’ 가격 하락 기대 어려워
  • 입력 : 2022. 12.18(일) 17:46
  • 곽지혜 기자
18일 광주 서구 쌍촌동의 한 주택 보일러실에 등유를 담아 옮기는 말통이 놓여 있다. 지난 17일 기준 광주 등유 가격은 1ℓ당 1600원으로 200ℓ 한 드럼이 32만원에 달한다.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점차 안정을 되찾아가는 가운데 그동안 '저렴한 기름'으로 인식되던 등유 가격이 치솟으며 서민들의 겨울나기가 더욱 혹독해지고 있다.

18일 오전 광주 서구 쌍촌동 집 앞 골목길에서 밤 새 쌓인 눈을 치우던 김모(57)씨는 지난해 겨울보다 2배 가까이 오른 등유값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오래된 주택이라서 아직 난방연료로 등유를 쓰고 있는데 날씨가 추워지면서 기름 닳아지는게 무섭다"며 "작년에는 분명히 한 드럼(200ℓ)을 16만원에도 넣고, 17만원에도 넣었던 것 같은데 지난주엔 29만8000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겨울에 한 드럼을 넣으면 아무리 아껴쓴다고 해도 한 달을 넘기기가 어려운데 이제 눈도 오고 날까지 더 추워지니 한 드럼으로는 보름 쓰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한 달 난방비만 60만원인데 올 겨울 생활비를 어떻게 감당해나가야 하나 싶다"고 덧붙였다.

1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기준 광주지역 실내등유 가격은 1600.96원이었다. 가정집에서 주로 구매하는 단위인 한 드럼, 200ℓ로 계산하면 32만원이 넘는 가격이다.

광주지역 등유 가격은 지난해 9월까지만해도 ℓ당 994.20원으로 1000원 미만을 유지했었다. 이후 지난해 10월 1033.46원에서 꾸준히 올라 겨우내 1100원대를 유지하다가 지난 3월 1300원대로 올라서더니 7월 1635.57원으로 연내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30원 안팎으로 가격 등락이 지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지난해 겨울과 비교했을 때 30% 이상 높은 가격이며 지난 17일 기준 1600.96원은 같은날 광주 평균 휘발유 가격인 1523원보다 비싼 수준이다.

이처럼 '서민 연료' 등유는 1년새 '휘발유 보다 비싼 기름'으로 등극했지만, 가격 인하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가 폭등하며 경유는 물론 등유 가격까지 치솟았는데, 그동안 휘발유와 경유 등 수송용 연료에 대해 유류세 인하 정책을 펼치면서 경유와 같이 등유도 휘발유와 가격이 역전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높은 등유 가격은 건설 현장에서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겨울철 공사현장에서 추운 날씨 탓에 타설한 콘크리트가 마르지 않고 얼어버려 강도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열풍기를 사용해 온도를 높이는데, 이때 주로 사용하는 연료가 등유다.

지역의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양생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내부 온도를 평균 5~20℃ 사이에는 맞춰놓아야 하는데 등유값이 오르면서 올 겨울 유류비로만 지출이 40%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건설 현장에서 가격이 폭등한 등유 대신 숯탄 난로 등을 피워 보온하다 노동자들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병원에 이송되는 사고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는데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