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기억해 주세요"… 전국서 이태원 참사 49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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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 전국서 이태원 참사 49재
광주도 시민단체 모여 추모제 열어||진상규명‧처벌 촉구… 2차가해 비판||광주 유족 “많은 위로에 힘 받았다"
  • 입력 : 2022. 12.18(일) 16:48
  • 김혜인 기자
이태원 참사 발생 49일을 맞은 지난 16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별관 옆 회화나무 숲에서 시민추모제가 열렸다. 김혜인 기자

158명의 희생자를 낸 이태원 참사 발생 49일을 맞은 지난 16일 광주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과 생존 피해자를 위로하기 위한 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는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와 188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가 공동 주최한 것으로 이날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광주에서는 오후 6시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별관 옆 회화나무 숲에서 개최됐다.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라는 주제로 열린 49일 추모제는 추모시, 추모사, 추모노래, 각계 추모사, 헌화·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광주시민들은 강추위 속에서도 차가운 맨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으며 추모제에 참석했다. 각자 손에는 LED촛불램프를 들고 고인들의 영정사진 앞에서 기도를 하거나 고개를 숙였다.

문정은 정의당 광주위원장은 희생자 이지한씨의 아버지인 이종철 협의회 대표의 추모사를 대독하며 "대한민국 용산구 이태원 한복판에서 158명의 소중한 우리 아들 딸들이 저 세상으로 간지 벌써 49일이 됐다. 고인을 위해 정성을 담아 제사를 올리면 좋은 곳에서 다시 사람으로 환생한다는 49재의 의미를 토대로 오늘만큼은 우리의 아들 딸들이 안전한 곳에서 환생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리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참석자들의 발언도 쏟아졌다.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를 지켜본 대학생 신혜선(23)씨는 "희생자들과 같은 세대로서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10년도 채 되지 않아 발생해 불안하기 짝이 없다. 그곳에 있었던 청년들의 잘못이 아니라 그곳에 없었던 국가의 잘못이 분명하다"며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선장의 판단과 잘못된 관행, 국가의 무책임으로 드러났지만 이번 이태원 참사는 국가의 방관이 아니고서야 원인을 설명할 길이 없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처벌이 이뤄져야 더이상 이런 슬픈 죽음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고 발언했다.

추모사에 나선 장헌권 목사는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지도, 재난에 대응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우리가 외면하면 이 추위에 우리는 또다시 바닥에 앉게 될 것"이라며 "책임자를 처벌하고 희생자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유족을 외면하고 머뭇거린다면 참사가 일어났을 때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한 정부와 같은 죄를 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 최초 신고시간인 6시34분에 맞춰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경건한 추모와 묵념이 진행됐다. 이에 시민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여 촛불램프를 끄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류봉식 광주시민추모모임 대표는 "이러한 참사가 더이상 벌어지지 않는 안전한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며 "광주에서도 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전했다.

이태원 참사 발생 49일을 맞은 지난 16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별관 옆 회화나무 숲에서 시민추모제가 열려 시민들이 헌화와 기도를 하고 있다. 김혜인 기자

마지막으로 헌화와 분향을 통해 시민들은 한 번 더 애도의 마음을 표시하기도 했다.

광주 지역 유족도 시민추모제에 참석했다. 희생자 김모(28)씨의 아버지는 "아직까지 먹먹한 마음에 일상조차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는데 시민분들이 추모제에 와주셔서 많은 위로가 됐다"며 "아직까지도 희생자들을 비난하는 댓글이나 발언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프다. 정부의 사과도 바라지만 2차가해에 시달리고 있어 다들 힘들어한다. 유족과 피해자들을 향한 혐오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지난 10월29일 오후 10시15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해밀턴 호텔 인근에서 핼러윈을 앞두고 밀집한 인파가 넘어지면서 158명이 사망하고 197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중 광주에 거주했거나 연고가 있는 희생자는 7명, 전남은 3명으로 집계됐으며, 이번 유가족협의회에 총 7가족(광주 4가족, 전남 3가족)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혜인 기자 kh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