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80-1> 물의 소중함…아이들의 작은 실천 '빗물저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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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80-1> 물의 소중함…아이들의 작은 실천 '빗물저금통'
■최악 가뭄…'물교육 현장' 가보니 ||빗물 모아 작두콩 텃밭 물주기 등 ||자원아끼고 환경 소중함 일깨워 ||"어릴때부터 물절약 체험교육 중요"
  • 입력 : 2022. 11.27(일) 17:55
  • 조진용 기자
인양유치원생들이 지난 25일 유치원에서 놀이터 청소와 우유팩, 장난감 세척을 하기 위해 빗물 저금통에 모인 빗물을 담고 있다.
가뭄과 홍수, 물과 연관된 재난이 심상찮다. '물 재난'은 기후변화가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사태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징후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 위기를 실감하지 못한다. 환경 문제와 기후변화의 심각성은 알면서도 쉽게 생활방식을 바꾸지 못하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받는 교육이 중요하고, 빗물저금통 등 생활 속 실천을 통해 물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교육 현장을 찾은 이유다.

지난 25일 찾은 광주 북구 양산동 인양유치원. 아이들이 선생님을 따라 유치원 한편에 설치된 '빗물저금통'으로 향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가보니 수도꼭지가 달린 파란색 네모난 상자가 눈에 띈다. '빗물저금통'이다. 유치원 지붕 위로 떨어진 빗물이 관을 통해 빗물저금통에 모이는 방식이다.

물의 소중함을 아이들에게 새겨주는 것은 물론 빗물도 소중한 자원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기 위해 설치한 '빗물저금통'이다. 빗물저금통에 모인 물은 놀이터 청소와 장난감 씻기, 우유팩 세척 등에 활용하고 있다. 아이들이 고사리손으로 일구고 있는 텃밭에 생명을 주는 소중한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최근 가뭄 탓인지 이날 빗물저금통에 모인 빗물은 적었다.

김도윤(7) 어린이는 "매일 아침 빗물저금통 물을 작두콩을 키우는 텃밭에 주면서 얼마나 자랐는지 보는 재미가 있다"며 "요즘 비가 안 와서 빗물저금통에 물이 잘 안 모여 아쉬워요"라고 했다.

서연(7)이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김서연 어린이는 "빗물저금통에 물이 모이질 않아 손 씻을 물과 텃밭에 물을 주는 횟수가 줄었다"며 "고마운 빗물이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요즘 부쩍 줄어든 빗물저금통이 아쉽기는 하지만 아이들은 빗물저금통을 통해 빗물이 얼마나 소중한 자원인지를 새삼 느끼고 있는 셈이다.

이뿐만 아니다. 유치원에는 물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한 흔적이 곳곳이다. 양치 때 컵 사용하기, 손 씻고 수도꼭지 잠그기, 손 씻은 물을 따로 모아 걸레 세탁 때 사용하기, 모은 물로 텃밭 물주기 등 생활 속 '작은 실천'을 독려하는 흔적들이다.

최근에는 아이들과 함께 광주의 수원지를 찾아 물이 가정까지 어떻게 오는지를 알아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또 물을 절약해야 하는 이유와 절약 방법 등이 담긴 '가정통신문'을 발송해, 아이들이 집에서도 물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교육이 이뤄지도록 했다.

빗물저금통은 물론 생활 속 작은 실천을 통해 자원도 아끼고, 환경도 아끼고 물의 소중함도 일깨우는 '일석삼조'의 교육을 하고 있는 인양유치원이다.

인양유치원 김정은 원장은 "인양유치원은 2018년 광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로부터 'ESG 지속가능발전 시범학교 1호'로 지정되기도 했다"며 "미래세대인 아이들이 물의 소중함을 느끼고 절약하는 습관이 일상화되도록 물을 주제로 한 교육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 "물을 '물 쓰듯' 헤프게 쓸 것이 아니라 '돈 쓰듯' 아껴 써야 할 소중한 자원이라는 것도 아이들이 빗물저금통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워가는 듯하다"고도 했다.

녹색소비자연대 허승희 소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지만 우리는 평소 물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어릴때부터 체험을 통해 물의 소중함을 이해하고 환경보존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체험 중심의 현장 교육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진용 기자 jinyong.ch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