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물 부족으로 광주시와 전남도가 '물 절약 운동'에 나섰다. 7일 광주·전남지역의 상수원인 주암호의 저수량이 35.3%로 일부 바닥을 보이고 있다. 나건호 기자 |
한 달째 소식 없는 비에 말라가는 밭과 함께 전남 농민들의 속도 타들어가고 있다.
가을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최근 광주·전남 지역 주요 식수원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동복호와 주암호 저수량이 3개월째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식수는 물론 농수 공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10일 정부가 발표한 11월 가뭄 예·경보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전국 누적 강수량(909㎜)은 평년의 86.6%이다. 그중 남부 지방은 강수량이 평년의 56~71%로 적어 기상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내년 1월까지는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예상돼 남부 지방 기상 가뭄은 다소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을 가뭄은 양파와 마늘 등 정식기를 맞은 월동작물에 큰 타격을 입혔다. 특히 10월 중 조생양파 정식과 유자 수확이 이뤄지는 고흥지역에 피해가 몰렸다.
고흥 조생 양파는 재배면적이 408㏊로 전국의 41%, 전남의 91%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그 피해 규모가 더욱 컸다.
고흥군에서 양파를 재배 중인 정한식(51)씨는 노랗게 말라붙은 양파들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는 "지금쯤이면 양파가 뿌리를 내리고 잎이 차츰 올라와야 한다. 그런데 뿌리나 잎은커녕 제대로 정식도 제대로 못 마친 상황이니 올겨울이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물을 공급해도 땅이 말라붙은 상황이라 큰 의미가 없다. 식수도 부족하다는데 언제까지고 마른 밭에 물을 대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나"고 덧붙였다.
양파는 정식 당일부터 이후 2주일 간 물을 충분히 줘야 뿌리 활착이 제대로 이뤄져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다. 하지만 가뭄으로 물을 충분히 주지 못해 정상적으로 뿌리가 내리기도 전에 말라붙은 상황이다.
전국 최고의 생산량과 재배면적(580㏊)을 자랑하는 유자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과실이 커지기 시작하는 10월 한 달간 비가 한 번도 내리지 않은 탓에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수확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고흥군에서 유자 농사를 짓고 있는 이모(47)씨는 "아버지 때부터 유자 농사를 지어 20여년간 해왔지만 올해 같은 가뭄은 처음이다"며 "유자가 성인 주먹만큼 커야 수확을 할 수 있는데 올해는 탁구공보다 살 짝 큰 정도다. 품질 미달이 대다수라 수확을 해도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나무가 얼어 제대로 된 수익을 챙기지도 못했었는데, 올해는 가뭄이다. 이래저래 피해가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고흥군은 단계별 가뭄대책에 따라 농업용수 확보와 농작물 피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중·대형 농업용 관정 및 하천 하상굴착을 통한 수원 확보 등 필요한 조치를 이행해 가뭄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정부 역시 최근 강수 부족으로 밭작물의 생육 부진이 우려됨에 따라 가뭄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농업용수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저수율이 낮은 저수지에 대해서는 하천수를 활용한 물 채우기 등 저수량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김성중 행정안전부 재난대응정책관은 "가뭄 지역에서는 물 절약 실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정부에서는 가뭄 피해 예방을 위해 댐·저수지 저수량 관리 및 밭 가뭄 지역에 대한 선제적 급수 대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