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선의 남도인문학> "굶어 죽더라도 머리맡에 베고 죽을 쌀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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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의 남도 인문학
이윤선의 남도인문학> "굶어 죽더라도 머리맡에 베고 죽을 쌀은 무엇인가?"
부루단지와 햅쌀을 상고하며||부루단지의 다른 이름이 씨앗자루다||선조들에 씨악은 생명보다 소중했다||전쟁이 나면 다른 것은 다 버려도||종지기나 단지에 담아 보관하고 있던||씨앗을 복부에 차고 피난길에 올랐다||혼란스러운 시국, 이태원 참사로 ||국가적 위난에 봉착한 지금||성주오가리와 부루단지를 떠올리고||본원적인 희망을 상고한다.
  • 입력 : 2022. 11.03(목) 17:05
  • 편집에디터
조상단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황헌만) 발췌
"부루단지는 부리단지, 부리동우, 부릿동우, 부룻단지, 부루독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조상신을 모시는 항아리라는 뜻으로 조상단지, 신줏단지라 부르기도 한다. 불교와 연관이 있을 법한 명칭으로 세존단지, 시준단지, 제석단지, 제석오가리라 부르는 곳도 있다. 단지 안에 곡식을 담아 주로 대청에 모신다. 대청이 없는 집에서는 안방의 농 위에 모시기도 하고 선반을 따로 만들어 시렁 위에 올려놓기도 한다. 특별히 두서 말들이 큰 독에다 모시는 경우에는 부엌에 모신다." 의 '부루단지'에 대한 설명이다. 내 고향 진도, 옛 우리 집에서는 너댓말 들어갈 만한 큰 독을 말래(마루) 입구에 두고 '성주오가리'라 불렀다. 이것이 조상신과 호환되는 개념이거나 조상신 자체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형태도 다양한 이 단지에 해마다 햅쌀을 교체해 넣고, 꺼낸 햅쌀은 밥을 지어 먹는다. 지역에 따라 보리쌀을 넣어 일 년에 두 번 교체하기도 한다. 이 밥을 다른 사람과 나누어 먹으면 복이 나간다는 속설이 있어 가족끼리만 먹기도 한다. 성조신(成造神) 곧 가족을 지켜주는 조상신의 의미를 부여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제석오가리' 항목에서 이렇게 풀어썼다. "제석오가리는 호남지역에서 성주신을 중심으로 하는 조상신, 농신 등을 지칭한다. 흔히 제석오가리, 제석단지, 성주오가리, 성줏단지, 조상단지, 신줏단지 등으로 불린다. 그 성격은 지역 내에서도 다르게 나타난다. 제석오가리에서 '제석(帝釋)'은 불교적 성격의 신격, 오가리는 호남지역의 옹기를 각각 말한다. 이른바 제석이라는 신성을 지닌 옹기그릇인 셈이다. 제석은 불교의 우주관에서 본 수미산의 정상인 도솔천에 거주하는 천주(天主)로 알려져 있으며, 호국안민(護國安民)하고 인간의 선악을 주재하는 신으로 신앙된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옛날에는 환인을 일컬어 제석이라고 했다'고 했다. 환인에 대한 천제신앙과 불교의 제석신앙이 섞인 것이다. 전북 익산시의 제석사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제석신은 사원 내에서도 광범위하게 신앙되어 온 것으로 조사된다. 사원에서 제석정화(帝釋幀畫)를 봉안하고 그에 대한 신앙행위를 해왔음을 알 수 있다. 이때의 제석은 호법선신중(護法善神衆)으로서의 신중(神衆) 기능과 더불어 제석 스스로의 신앙 기능이 강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루단지, 굶어 죽어도 씨앗자루를 베고 죽는 사람들

부루단지의 다른 이름이 씨앗자루다. 우리 선조네들은 씨앗을 자신의 생명보다 더 소중히 다루었다. 전쟁이 나면 다른 것은 다 버려도 종지기나 단지에 담아 보관하고 있던 씨앗들을 자루에 담아 복부에 차고 피난길에 올랐다. 전쟁이 끝나거나 시국이 안정되어 텃자리로 돌아오게 되어도 씨앗을 잃어버리면 이듬해 농사를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관련한 방대한 정보를 장흥의 토종씨앗 지킴이 이영동 어르신을 통해 배웠다. 비중이 큰 이야기이므로 따로 지면을 할애해 소개한다. 우리가 씨앗을 귀하게 여긴 데는 3모작을 하는 동남아시아에 비해 1모작에 가족의 생계를 온전히 걸어야 하는 생태적 조건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생명존중 사상이 어찌 발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농부가 굶어 죽어도 씨앗은 베고 죽는다'는 속담이 그래서 나왔다. 다산 정약용이 친형 정약전이 준 내용을 포함하여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