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포 북항이 11호 태풍 '힌남노'를 피하기 위해 정박한 선박들로 빼곡히 차 있다. 신안 홍일갑 기자 |
피항지 기능을 갖춘 항만·어항시설이 부족한 탓에 태풍 발생 4~5일 전부터 여객선과 어선 등이 피항지 자리싸움을 벌이면서다.
문제는 여객선이 피항지 확보를 위해 기상특보 발효 전부터 운항을 중단하면서 섬 주민들마저 발이 묶이는 불편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여객선 전용 피항지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5일 목포권 지자체와 목포지방해양수산청 등에 따르면 목포권 관내 여객선 26개 항로로 여객선 43척이 운항 중이다.
태풍 등 기상 악화시 방파제 등의 피항 기준을 갖춘 항만이 서부권에 목포 북항과 여객선터미널 등으로 한정되다 보니 피항지를 놓고 여객선, 화물선, 어선 등까지 몰려들면서 자리다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목포 북항의 경우 화물선이 상시 정박상태인데다 어선들을 접안하기 위한 부잔교로 인해 빈 공간 확보가 쉽지 않다.
현재 여객선 43척 중 피항지인 목포 북항(7척), 목포 여객선터미널(24척) 등에 31척만 정박하고 있다. 나머지 12척은 임시 피항지로 이동해야 하지만 상당수가 기업 등의 사유지고 높은 파도 등을 막아줄 방파제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늘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임시 피항지는 우송조선소(2척), 대불조선소(1척), 유달조선소(1척), 신안 당두항(1척), 압해 가룡항(1척), 영광 계마항(2척) 등이다. 선박규모가 큰 제주행 여객선은 목포 앞바다에 묘박(바다에 닻을 내려 정박)해야 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상당수 임시 피항지는 사유지라 맘 놓고 정박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여객업계의 설명이다.
여객선 측 관계자는 "임시로 지정된 피항지의 경우 문의를 해봐야 하고 승인 없이는 정박도 어렵다"며 "말만 임시 피항지이지 정박하기 쉽지 않다. 정박해도 거센 파도를 견딜 만한 피항지 기준에 현저히 떨어지다 보니 자칫 사고로 조선소 시설이 파손될 경우 피해보상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여객선들이 피항지 확보를 위해 태풍 예보 4~5일 전부터 운항을 중단하는 사례도 잇따르면서 애꿎은 섬 주민들의 발이 묶이는 불편도 잇따르고 있다.
태풍 등 기상 악화 시 '태풍 미아'로 전락하는 여객선 정박 문제를 해결을 위한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신안군 관계자는 "기상 악화 시 여객선 피항지 확보를 위해서는 북항의 소형어선용 부잔교, 화물선 등을 항만 남서쪽으로 이동하거나 안벽에 비트 및 램프 거치용 계단 등을 추가 설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이어 "자리 재배치는 항만 내 빈자리 확보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라며 "정부가 여객선 안전을 위해 여객선 전용 피항지를 확충하는 항구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해양수산부, 전남도 등에 따르면 전남도내 총 1099곳(국가항 포함)의 항만·어항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는 전국 2304곳 대비 무려 47.6%를 차지한다. 항만은 크게 국가관리(무역)항, 지방관리연안항과 어항은 국가어항, 지방어항, 어촌정주항, 마을공동항, 소규모 항·포구 등으로 구분된다.
이중 피항지 기준을 충족하는 전남도내 항만·어항시설은 목포항, 광양항, 여수항, 완도항 등 국가항 4곳과 여수 거문도항, 고흥 녹동신항, 고흥 나로도항, 강진 신마항, 해남 땅끝항, 완도 화흥포항, 진도항, 신안 흑산도항, 신안 가거도항리항, 신안 홍도항, 신안 송공항 등 지방항 11곳이 피항지로 꼽힌다.
11곳을 제외한 도내 1099곳 항만·어항시설 대다수가 태풍에 무방비인 소규모 항·포구로 이뤄져 있다.
반면 해수부의 전남도내 선박등록 현황에 따르면 여객선, 화물선 등 물류선박은 1285척으로 전국 선박(8877척)의 14.4%를 차지하고, 어선 수는 2만7413척으로 전국(6만5835척)대비 41.6%에 달한다.
신안=홍일갑 기자 ilgaph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