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할머니가 그림으로 담아낸 '세월의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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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치매 할머니가 그림으로 담아낸 '세월의 기억들'
김점순 작가전 ‘엄마의 꽃밭’||전남여성가족재단 2층 전시실||6월 말까지 유튜브 등서 전시||치매 이후 작품 변화상 엿보여
  • 입력 : 2022. 05.30(월) 15:27
  • 박간재 기자

김점순 작가

김점순 작 '꽃밭'

김점순 작 '꽃밭'

김점순 작 '내마음의 꽃밭'

김점순 작 '내마음의 꽃밭'

희미해져 가는 기억을 붙잡기 위해 자녀들이 건네준 미술도구로 그린 작품이 전시된다. 치매 진단 이후 풍성한 초록잎에 화려한 붉은꽃이던 초기 작품이 시간이 지나면서 푸르고 옥빛으로 변해가는 작품의 변화상을 엿볼 수 있다.

전남여성가족재단은 여성가족재단 2층 전시실에서 '2022전남여성문화박물관 특별전시 김점순 작가전-치매속에 되살아난 기억, 엄마의 꽃밭'을 오는 6월 30일까지 연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지난 2010년 치매 진단을 받은 이후 희미해져가는 기억들을 붙잡기 위해 자식들이 건넨 미술도구로 새로운 기억을 그려 나갔다. 그림에는 어린시절 겪었던 한국전쟁과 여순사건의 공포스러운 기억을 그림으로 치유하고 유일한 학력이던 여수미평초 미술부 활동을 추억하며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을 그림으로 채웠다.

그림을 보면 할머니가 살아온 세월의 흐름도 감지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치매 진단 후 2014년 시작한 초기 그림은 크레파스를 활용해 초록잎이 풍성한 화려한 꽃을 그렸다. 2017년 남편 사망 전후 물감으로 바꿔 푸르고 옥빛 드러난 신비로운 그림들로 바뀌었다. 후기 작품은 흩어진 기억의 조각이 떠오른 듯 과거 어디쯤 산과 들을 배경으로 가족 혹은 친구, 어쩌면 본인의 모습일 수도 있는 장면들을 꾹꾹 눌러 담아 그림으로 남겼다.

전시는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관람이 가능하며 전남여성가족재단 공식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온라인 전시도 관람할 수 있다.

문금주(전남도지사 권한대행 행정부지사) 전남여성가족재단 이사장은 "치매를 두려움과 질병으로 인식하지 말고 치매 환자가 가진 예술적 감수성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며 "치매 환자에게도 아름다운 기억이 있고 그것을 표출할 수 있는 감성이 있다는 점을 공유하고 싶어 전시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안경주 전남여성가족재단 원장은 "코로나19로 우리네 삶이 많이 변했고 노인들의 삶 역시 팍팍해졌다. 이제 김점순 작가가 치매 정도가 심해져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는 없다"며 "하지만 잊혀져가던 기억 속에서 그려낸 오묘한 꽃밭들이 우리 삶에 기쁨과 위로를 건네고 있고 일상 복귀를 반기고 있다. 도민들과 함께 희망을 공유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점순 여사의 엄마의 꽃밭전 리플릿. 전남여성가족재단 제공

박간재 기자 kanjae.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