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아닌 보리'… "3대째 전통 잇는 향토 막걸리죠"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대신협·지발위
'쌀 아닌 보리'… "3대째 전통 잇는 향토 막걸리죠"
지역 명물 빵·술 지역효자로 만들자 ④영광군 '(유)대마주조’||군남 등서 생산되는 보리 활용||톡한잔 소주 등 전통주도 생산||수입주류 대응 제품 확대 앞장
  • 입력 : 2022. 05.03(화) 14:14
  • 조진용 기자

거친 바닷바람과 싸우는 어부들과 굴비 유통으로 상업이 발전했던 영광군. 그에 걸맞은 술도 당연히 존재했다. 광주 무진대로를 타고 함평 해보면을 지나 밀재터널을 통과하자 도로 한편에 '만나서 영광입니다'라고 씌인 유쾌한 인삿말이 눈에 띈다. 이정표를 따라 대마면에 다다르자 대마 반점 뒤편으로 통유리 건물이 시선을 끈다. 3대째 막걸리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농업회사법인 (유) 대마주조(대표 정덕진·54)'이다.

3대째 막걸리를 만들어 판매하고있는 정덕진(54) (유) 대마주조 대표.

●지역 특산물 보리가 막걸리로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냉장고 진열대에 수십여 개의 막걸리 박스가 진열돼 있었다. 진열대 뒤편 작업장에서는 자동 공정화 설비 기계가 연신 막걸리를 담아내고 있었다. 750ℓ 막걸리 병을 살펴보면 '친환경 발효과학 대마 할머니 생막걸리'라고 씌인 라벨지가 옛 할머니의 손 맛을 떠올리게 한다.

대마주조에서는 막걸리(6도)와 증류식 소주인 영광 소주(45도)·톡 한잔소주(30도) 3가지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막걸리는 쌀과 보리를 찜기에 찐 후 누룩을 섞어 옹기항아리에 3일간 발효하면 완성된다. 증류식 소주는 막걸리를 만드는 과정과 동일하지만 추가 증류 과정을 거쳐 1년간 숙성해야만 상품화된다.

막걸리를 한잔 마셔보면 걸쭉하고 탁한 맛보다 보리의 구수함이 풍겨 계속 손이 간다. 정 대표는 막걸리와 증류주에 사용되는 재료만큼은 꾸준히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료를 사용하겠다고 자부한다.

정덕진 대표는 "영광군은 바다와 평야 산지가 고루 분포돼있어 보리 재배에 적합한 지역이어서 영광 농업인들의 주 소득원이다"며 "막걸리와 증류주에 쓰는 보리만큼은 지역 농업인들과 직거래하거나 영광 농협을 통해 톤백 보리를 구입해 꾸준히 쓸 계획이다"고 말했다.

● 어머니를 이은 막걸리맛 지킬 터

대마주조에서는 막걸리(6도)와 증류식 소주인 영광 소주(45도)·톡 한잔소주(30도) 3가지 제품을 생산·판매되고 있다.

정 대표가 지역에서 생산되는 보리를 사용해 막걸리를 빚기로 결심한 데는 어머니(고 이숙여)의 영향과 지역에 대한 애착심 때문이었다.

정 대표는 "어머니가 만들었던 막걸리는 어부들이 거친 일을 마치고 하루의 애환을 달래는 술이기도 했고 만선한 배에서 조기와 맞바꿀 수 있었던 화폐의 역할도 했다. 일제 강점기 순사들의 감시망과 해방 이후 밀주를 단속하는 세무 공무원들의 눈을 피하며 연연히 막걸리를 생산했던 어머니의 뒤를 이어가야겠다 결심해 지금까지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며 "예로부터 영광은 호남지역의 세곡을 서울로 올려 보내기 위해 보리를 저장하는 조창이 있었다. 보리가 풍작일 때면 굴비에 보리를 한가득 넣어 말려 통보리 굴비를 만들 정도였기 때문에 자연스레 보리를 사용한 막걸리까지 만들 수 있게 된 셈이다"고 말했다.

영광군 대마면 동삼로 699. 주조장에서 하루 6~7톤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지만 수입 주류 소비시장(맥주·와인 등)의 확대로 전통을 이어나가기에는 버겁다. 정 대표는 이에 굴하지 않고 전통 명맥을 이어나가겠다는 포부다.

정 대표는 "올 1분기 한국 맥주 수입액은 총 579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4723달러) 대비 22.6%가 증가했다. 수입량도 5억5797만톤에서 6억9474톤으로 24.5%가량 늘고 있는 추세다"며 "영광군의 9개 주조장이 통폐합되면서 유일하게 막걸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바쁜 농번기철 하루 두세번은 내가야 하는 새참술을 준비했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꿎꿎하게 지역에서 막걸리를 지속 생산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 보리 활용 제품 확대

대마할머니 생막걸리와 증류식 소주는 영광군 관내(30%), 함평군·영광군·고창군(30%), 온라인 시장(40%) 등에서 소비되고 있다.

장기적인 코로나19로 홈술문화(집에서 술을 마시는 행위)가 정착되면서 평균 연매출이 7억원에서 8억원으로 증가했다.

정 대표는 보리를 사용한 막걸리 외에도 수입 주류시장에 맞설 제품 다변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대마주조는 장기적인 코로나19로 홈술문화(집에서 술을 마시는 행위)가 정착되면서 평균 연매출이 7억원에서 8억원으로 증가했다.

정 대표는 "블루베리 토종 열매인 정금 열매를 연구·개발해 와인으로 제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주조장 인근에 오디를 생산하는 농가도 있어 오디를 활용한 제품도 개발 중이다"며 "영광 곳곳의 농가들과 연계해 새로운 주류 제품들을 개발하는데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영광군에서는 막걸리의 주된 재료인 보리가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정부가 보리 수매를 전면 중단하면서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보리재배를 포기했지만 영광군은 보리재배를 장려하고 보리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찰보리가공 시설을 구축했다.

이금화 원예 축산과식품산업팀장 "영광군은 지난 2010년 1월 전국 최초 보리산업 특구로 지정받았다. 영광찰쌀보리 쌀 지리적표시 등록을 거쳐 정맥 도정공장, 제분공장 시설이 갖춰져 가동되고 있는 상태다"며 " 코로나가 향토병으로 완화되면서 지역 축제 및 행사 시 외부 관광객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글·사진 = 조진용·박간재 기자

조진용 기자 jinyong.ch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