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나'… 인류 근원적 질문 시각적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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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나'… 인류 근원적 질문 시각적 해석
이매리 개인전 'Poetry Delivery' ||이달말까지 서울 표캘리러 본관||'詩' 매개로 과거·현재·미래 연결||작가 고향 강진 월남사지터 배경||'창세기·캔토스' 등 작품에 필사
  • 입력 : 2021. 10.04(월) 15:50
  • 최권범 기자

"미래에 존재하게 될 그들에게 과거와 현재의 시(詩)들을 배달하고자 합니다."

'빨간 하이힐' 작품으로 알려진 지역 대표 중진 여성작가인 이매리가 서울에서 초대전을 열고 있다.

서울 종로 자하문로 '표갤러리'는 오는 30일까지 이매리의 'Poetry Delivery 2021'전을 개최한다.

이매리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인류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시각적으로 흥미롭게 풀어낸다.

작가의 세계관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테마인 '시(詩)'는 작가가 남겨진 지난 세대의 기억을 꺼내 보이고 이를 '배달' 함으로써 과거와 현재, 더 나아가 미래를 연결하는 매개체다.

지난 역사의 지층을 드러내는 메타포로 사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주제는 작가의 고향인 강진에 있는 월남사지 발굴터다.

이번 전시작에서도 여러 작품의 배경으로 월남사지 터가 쓰였으며, 작가는 이곳에서 다양한 설치 및 퍼포먼스 예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시대의 비밀스러운 시간들을 품고 있는 월남사지 터의 이미지는 태초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흘러왔으며 앞으로 계속 흘러가게 될 억겁의 시간을 상기하게 한다.

같은 맥락에서 작가는 구약 성경의 '창세기(Genesis)'와 영미 모더니즘 시인 에즈라 파운즈의 장편 시집 '캔토스(The Cantos)'를 작품 표면에 필사한다. 금박 및 금분을 이용해 캔버스의 전면부에 일정한 간격의 점, 또는 한글이나 알파벳으로 된 텍스트를 올려놓는 표현법은 이매리 작가 특유의 것이다. 변하지 않는 속성을 가진 금을 이용해 새겨진 텍스트는 시공을 초월한 과거-현재-미래의 영속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이전 대표작들과 함께 새롭게 공개되는 2020-2021 신작 'homeostasis(항상성) 시리즈'는 '창세기'의 라틴어 및 영어 번역본 텍스트와 '캔토스'의 첫 구절 'And'를 사용하며 생물학적인 의미의 항상성을 뛰어넘어, 과거와 현재와 미래 사회를 관통하는 본질적인 동일성으로서의 항상성을 암시하고 있다.

이매리 작가는 목포대에서 미술을 전공한 뒤 조선대에서 미술학 석사와 박사를 졸업했다.

회화에서 시작해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을 해 오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출품을 계기로 2000년대부터 서울, 뉴욕, 베이징, 광저우, 시에나, 크레타, 테살로니키에서 38차례의 개인전을 열었다.

또 베니스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 충칭현대미술관, 국립타이완미술관, 불가리아국립해외예술갤러리,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 등 세계 각지 유수의 단체 및 초대전에서 500여회 작품을 선보였다.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광주문화재단, 전남도립미술관, 미국 뉴욕 Rush Philanthropic Art Foundation, 그리스 크레타 국립현대미술관, 불가리아 소피아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이매리 작 'The Cantos's Space_202003'. 이매리 작가 제공

이매리 작 'The Cantos's Space_202001' .이매리 작가 제공

이매리 작 'Homeostasis, and.....2102'. 이매리 작가 제공

이매리 작 '시(詩)를 배달하는자 #01'. 이매리 작가 제공

최권범 기자 kwonbeom.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