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의 사진풍경 46> 광야에서 만난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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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선의 사진풍경
박하선의 사진풍경 46> 광야에서 만난 사나이
  • 입력 : 2021. 09.02(목) 12:56
  • 편집에디터
광야에서 만난 사나이. 박하선
영혼을 맑게 한다는 수미산 순례 길.

트럭의 화물칸에 짐짝처럼 실려갔다.

몇 날인가의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서부 티벳의 황량한 대지를 떠돌고 있자니

이제 내 몸 하나 가누기가 힘들게 되었다.

그래서 영혼을 위한 구도의 길에서는 자신을 버려라 했던가.



어느 만큼 왔을까.

아무 것도 없는 노천에서 온천수가 품어 나오며 광야를 적시고 있었다.

떠도는 영혼을 위한 쉼터 같다고나 할까.

추위에 웅크렸던 몸을 펴고,

뒤범벅이 된 먼지를 씻으며 모처럼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지구 밖 먼 곳에 와 있는 것 같은 야릇한 시간이었다.



다시 길을 뜨기 위해 육신과 영혼을 추스르고 있을 때

난데없이 한 청년이 눈앞에 나타나 있었다.

바람을 타고 온 것일까.

갑작스러운 출현에 우선 놀랍다가 구릿빛 얼굴이 짜릿한 전율을 느끼게 했다.

눈빛만을 주고받지만

나는 그를 알고 그 또한 나를 아는 듯 했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