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짐승과 가족이 된 큰스님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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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짐승과 가족이 된 큰스님들의 이야기
  • 입력 : 2021. 06.17(목) 15:01
  • 박상지 기자
스님 바랑 속의 동화

정찬주 | 다연 | 1만5000원

갈수록 각박해가는 우리 사회가 주는 마음의 상처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생명을 경시하고 자비와 사랑에 인색한 풍조가 만연하다. 마음이 콘크리트처럼 딱딱하게 굳어갈 것만 같다. 신간 '스님 바랑 속의 동화'는 동화의 형식을 빌려 남녀노소 누구나 읽으면서 마음의 평화와 안식을 얻을 수 있게 한다. 큰스님과 뭇 생명 사이의 순수한 이야기로 잊고 있던 사랑과 배려, 생명 존중을 되살린다.

성철 스님, 법정 스님, 경봉 스님, 구산 스님,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큰스님들이다. 세속에 물든 일반인들이 범접하기 힘든 높은 경지에 올라 삶의 깊은 깨우침을 몸소 실천하고 설파한 분들이다. 당신들의 사랑은 산중의 뭇 생명에게도 경계를 짓지 않았다. 산짐승과 스님 사이에 맺은 신비로운 인연은 신산한 우리 삶에 깊은 통찰을 전한다. 법정 스님이 휘파람을 불면 오동나무 구멍에서 나와 허공에서 묘기를 부리듯 공중제비를 돌던 호반새, 모든 생명이 소중하다며 누더기 속의 이와 벼룩에게 자신의 몸을 내주던 구정 스님, 평소 밥 한 덩이를 내어 준 구산 스님에게 은혜를 갚은 산토끼 등 사랑과 자비로 충만한 이야기들이 풍성하다.

이 책의 저자 정찬주 작가는 법정 스님에게서 '세속에 있되 물들지 말라'는 뜻으로 무염(無染)이란 법명을 받은 각별한 재가제자다. 작가는 이번에 법정 스님에서 수불 스님까지 큰스님 열네 분의 자비와 사랑, 지혜에 관한 이야기를 엮어냈다. 모두 큰스님들이 직접 전해준 이야기이거나 큰스님을 모신 상좌스님들에게 들은 이야기들이다. 상상력의 날개를 단 허구가 아니라 실제 스님들의 일화를 풀어냈다는 점에서 이 책이 더욱 각별하다.

책에 등장하는 열네 분의 큰스님들은 산중에서 산승으로 평생을 살면서 뭇 생명에 두루 자비와 사랑을 베풀었다. 다람쥐, 토끼, 박새, 멧돼지 등을 도반이듯 살뜰하게 보살피고, 동물뿐만 아니라 억새나 개울가 바위에 낀 이끼나 오솔길을 불편하게 하는 나무 한 그루도 베지 않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색감의 그림과 글을 읽다 보면 영혼이 정화되는 듯하다.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해가는 사막 같은 시대'에 온 가족이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따뜻한 동화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