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신방직 "역사·장소성 담으면서도 사업성 살리는 방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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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전남·일신방직 "역사·장소성 담으면서도 사업성 살리는 방안 필요"
‘전남·일신방직 부지’ 정책토론회 ||“보존·활용방법 통합적 지혜 필요” ||사업 진행 지연 불만의 목소리도 ||세입자들 ‘논의 참여 촉구’ 집회
  • 입력 : 2021. 06.16(수) 17:54
  • 김은지 기자

16일 전일빌딩245 광주NGO센터 시민마루에서는 '전남·일신방직 부지 공공성 확보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정책 토론회-전남·일신방직, 보존과 활용 어떻게 해야하나?'가 진행됐다.

광주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는 북구 임동 방직공장 부지를 놓고 '개발'과 '보존'을 둘러싼 각계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고 있다.

16일 전일빌딩245 광주NGO센터 시민마루에서 열린 '전남·일신방직 부지 공공성 확보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정책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보존과 활용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는 천득염 한국학호남진흥원장의 발표로 시작했으며 박재만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가 사회를 맡았다.

토론자로는 함인선 광주시 총괄건축가, 반재신 광주시의회 의원, 박한표 임동 방직공장 이전대책 주민협의책 공동대표, 정향자 노동실업광주센터 이사장, 조규흔 전남방직 사업본부장, 조동범 전남대학교 교수 등 6명이 참석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천득염 한국학호남진흥원장은 "현재 전남·일신방직 부지가 개발 회사에 팔리고 현재 공업지역을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하려고 하는데 사전협상이 요구되고 있다"며 "개발 회사 측에서는 건축 밀도를 높여 개발이익을 극대화하려 할 것이고, 행정당국에서는 적절한 선에서 공익적 대의를 목표로 논의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천득염 원장을 중심으로 구성된 광주시 TF소위는 합동회의를 통해 전일방직 부지 내 건축 자산에 대한 가치 판단기준을 마련했다. 5가지 세부가치 내용은 △역사적 가치 △물리적 가치 △장소경관적 가치 △사회문화적 가치 △지속적활용 가치다.

천 원장은 "해당 부지가 지니는 가치를 음미하고, 보존과 활용방법에 대한 선언적이고 통합적인 지혜가 필요하다"며 "주민, 사업자, 지자체 각각의 수많은 의견을 상정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지루하고 비생산적일 수 있지만, 이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광주인의 저력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함인선 광주시 총괄건축가는 "10만평에 가까운 대형 부지를 놓고 시민들이 토론하는 경우는 우리나라 역사상 거의 없었던 획기적인 개발 과정일 것이다. 지금까지 '개발한다'라는 것은 개발업자가 공동, 시민을 대표하는 지자체에 허락받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며 "이번 전남·일신방직 프로젝트는 광주다운 도시 건축의 시금석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전남·일신방직 개발은 광주가 이러한 새 시대의 도시 패러다임을 받아 정착시킬 수 있는지를 실험할 수 있는 중요한 프로젝트다. 그만큼 어렵기도 하지만 역사와 장소성, 공공성을 충실히 담아내면서도 사업과 현실성을 아울러 살려내는 과업을 성숙한 시민의식을 통해 이뤄낸다면 그것이야말로 광주다운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재신 광주시의원은 "주민들과 함께 지역에서 생활을 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입장에서 밖에 말할 수밖에 없다. '시민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공공성 확보'도 필수로 따라가야 한다. 사업자 측에서는 '개발의 시급성'도 언급할 수 있다"며 "세 가지가 조화롭게 추진되어야 원만히 이번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고 말했다.

박한표 임동 방직공장 이전대책 주민협의체 공동대표는 사업 진행이 미뤄지고 있는 것과 방직부지 보전 주장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박 대표는 "임동 방직공장 일대가 철거해야 될 정도로 훼손이 됐는데도 지금까지 시가 해결해 준 게 있냐"며 "1급 발암물질이 나오고 있음에도 사유지라서 행정적으로 처리할 수 없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근대문화유산의 보물창고'라고 말하며 공공지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앞뒤가 어긋나지 않나"고 반문했다.

이어 "여전히 우리는 미래지향적이지 않고 과거의 타성에 젖어있는 듯하다. 지역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타지로 떠나 도시로서의 경쟁력을 잃고 있다. 우리만 사는 세대가 아니다. 과거만 쳐다보지 말고 미래를 주자"고 밝혔다.

정향자 노동실업광주센터 이사장은 "우리는 이 도시의 젊은이들에게 무엇을 기억하게 할까 항상 생각하곤 한다. 전남·일신방직, 그곳에서 일하던 누이들 생각하면 가슴 한켠이 먹먹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을 기억하는 곳이 광주 어느 한구석에도 없다는 자체가 속상할 따름이다"며 "근현대의 역사 '전일방'의 가치와 노동자의 역사를 지켜야 한다. 전일방 가치가 보존되고 미래세대에게도 전달됐으면 좋겠다. 이름 없이 묵묵히 살아온 그들의 얼굴을 광주가 잊지 않길 바라며, 광주다운 역사가 새겨진 복합 문화공간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16일 '전남·일신방직 부지 공공성 확보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정책 토론회-전남·일신방직, 보존과 활용 어떻게 해야하나?'가 진행된 가운데, 전일빌딩245 앞에서는 전남·일신방직 세입자 대책위원회가 논의 참여를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토론이 진행되는 시간, 전일빌딩245 앞에서는 전남·일신방직 세입자 대책위원회가 "세입자 대책 없는 개발의 인허가를 결사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남방직은 10여 년 전부터 공장 가동을 중지하고 중고 자동차 매매 센터와 택배업체에게 임대를 내준 상황이다. 여공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기숙사 또한 요양병원으로 쓰이고 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세입자 A(37)씨는 "세입자가 제외된 '전남·일신방직 부지 공공성 확보' 정책 토론회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며 "현재 세입자들은 이번 논의에서 철저히 배제당하고 있다. 수조원 단위의 사업을 진행한다면 지금까지도 그곳에서 생존권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까지 다 짚고 넘어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김은지 기자 eunzy@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