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돌풍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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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이준석 돌풍을 바라보며
  • 입력 : 2021. 06.08(화) 16:23
  • 노병하 기자
노병하 사회부장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이런 특이한 정치인이 몇 이나 될까. 여당 이야기가 아니다. 야당 이야기다.

필자가 사는 곳은 광주광역시다. 필자의 직장도 광주광역시에 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것이 언론이지만, 지역민심을 등지는 중립이란 되려 지역신문의 본질을 위배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필자는 지면에서 지금의 여당이자 과거 상당시간 야당이었던 민주당 관련 기사를 오랫동안 써왔다. 때로는 그들을 비난하고 때로는 아픈 기사를 쓰기도 했지만 그 기저에는 광주지역민으로서의 애정도 담겨 있었다. 부인하지는 않는다.

사회부장이 되고 나서는 정치적 식견을 표출하는 데서 거리를 뒀지만 그렇다고 떠난 것은 아니다. 기실, 정치 없는 일상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여당이 아니라 야당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익히 알려지다시피 광주와 전남에서 야당인 국민의힘 인기는 정의당보다 낮다.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말하는 이도 없고, 말하기도 쉽지 않다. 왜 그런지를 설명하려면 긴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지면 사정 상 생략하겠다. 다만 이것은 단순한 피해의식의 발로가 아니라 지역민의 생존을 건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것만 말해둔다.

야당을 보는 재미가 쏠쏠한 것은 이들이 그동안 터부시해 왔던 5‧18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는 것도 있지만 이준석이라는 인물 때문이다.

보통 한국 정치사에서 지도자들은 '제사장' 같은 위용을 강조한다. '나는 뛰어난 지도자이며 앞으로 나오기 힘든 인재이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당연히 그런 경우를 본 적은 거의 없지만, 상당수의 정치 리더들은 준비된 지도자 혹은 이전에는 없던 지도자, 경험이 충분하고 미래전략이 있는 지도자들을 표방한다. 이는 특정 부류를 대변한다기 보다는 모두를 아우르고 모두의 편에 서겠다는 뜻이다. 물론 그렇게 하기는 현실적으로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이준석, 참 묘하다. 스스로 뛰어난 지도자라 하지 않는다. 일종의 세일즈맨 같다. 자신이 필요한 부류를 찾아다니며 활용해 달라고 말한다. 또한 그것이 그렇게 싫지는 않다. 야당의 변화·쇄신 욕구의 아이콘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어디서부터 필자가 넘어간 것일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의 돌풍에는 기성 정치인에 대한 실망, 그리고 쇄신·변화를 바라는 야권 지지자들의 바람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확실히 이준석은 그간 국민의힘 뒤에 후광처럼 드리운 '꼰대' 이미지를 감쇄하고 있다.

이제 겨우 36살인 그가 정치권에서 무엇을 할수 있는지는 논외로 치면 확실히 이준석은 '개혁 보수'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는 듯 하다.

그는 적절한 대중적 인지도와 극우 유튜버 등을 배격하는 합리적 보수 표방, 높은 남성 지지도 등을 가지고 있다. 당지도부에 대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논란도 있다. 20대 남성 표심 몰이에 집중하면서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노이즈 마케팅'을 활용해 인지도를 높였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일단 그는 매력적이다.

정치적 선택을 앞두고 부는 모든 돌풍에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돌풍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어쩌면 이준석을 띄운 바람은 다소간의 우유부단함을 보이는 민주당에겐 치명적인 칼이 될 수도 있다.

선거판에서 '세대교체의 상징'과 맞설수 있는 것은 오로지 위에서 말한 '제대로 준비된 지도자'란 타이틀 뿐이다.

과연 민주당이 앞으로 '제대로 준비된 지도자'란 타이틀을 내놓을 수 있을까?

더욱이 '될 사람 밀어준다'는 기조가 이번 대선에서도 통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울러 민주당에 '될 사람'이 있는지도 아직은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는 새로운 무장을 하고 달려오고 있다. 그가 싸워볼만한 상대인가. 아니면 무시해도 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 싶다면 20대들에게 이준석을 물어보라. 왜 필자가 그를 예사롭지 않게 보는지 알게 될 것이다.

덧붙여 어차피 싸울 거면, 민주당도 새로운 돌풍 하나 쯤 무기로 삼고 올라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선이 1년도 안 남았는데 이렇게 찬바람 도는 것도 정말 이례적이다. 집권 여당 , 거대 여당 맞는가?

노병하 기자 bh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