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삼의 마을 이야기>광양 하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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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삼의 마을이야기
이돈삼의 마을 이야기>광양 하조마을
사철 외지인 발길 끊이질 않는 산골…마음도 몸도 금새 행복 ||사부작 걸으며 만나는 경겨운 돌담길 ||발길 붙잡는 큰돌 품은 듯한 '용란송' ||연인들 사랑 이뤄진다는 '여인송'||마을에서 운영중인 '해달별 천문대'||산골 여행에 체험하기 안성맞춤
  • 입력 : 2021. 05.20(목) 16:20
  • 편집에디터

백운산 성불계곡. 하조마을 앞으로 흐르는 명물 계곡이다. 이돈삼

백운산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마을이 도솔봉과 형제봉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성불계곡과 반월계곡의 물줄기도 시원하게 흐른다. 연녹색의 숲에 눈이 시원해진다. 마음속 깊은 데까지도 청량해진다. 한눈에 봐도 아름다운 풍광이다.

광양시 봉강면 조령리 하조마을이다. 마을의 형세가 새의 부리를 닮았다고 한다. 예전엔 다랑이 논이 많았다. '산달뱅이마을'로도 불린다. 산달뱅이는 다랑이를 일컫는 지역말이다. 마을에는 4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장수마을로도 알려져 있다.

해마다 여름이면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가을엔 백운산 단풍을 보려는 발길이 줄을 잇는다. 겨울 산행객들도 많다. 새봄에는 고로쇠 수액을 찾아온다. 사철 외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산골이다.

마을에 둘레길도 있다. 사부작사부작 걸으면서 만나는 돌담길이 정겹다. 새하얀 꽃을 피운 산딸나무와 떼죽나무가 눈길을 끈다. 철따라 피어난 갖가지 꽃도 반긴다. 엉겅퀴, 지칭개, 살갈퀴, 노란괴불주머니, 뽀리뱅이…. 취나물, 산마늘도 지천이다. 돌담을 넘은 보리앵두도 길손을 유혹한다.

백운산 성불계곡. 하조마을 앞으로 흐르는 명물 계곡이다. 이돈삼

'…사랑한단 그 말 너무 정다워/ 영원히 잊지를 못해/ 철없이 믿어버린 당신의 그 입술/ 떨어지는 앵두는 아니겠지요….' 나도 모르게 흥얼거려지는 노랫말이다. 둘레길은 돌담을 따라 산간 계곡으로 이어진다. 길이가 4㎞ 남짓 된다. 계곡의 맑은 물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산새 소리가 귓전을 간질인다.

용란송도 길손의 발길을 붙잡는다. 소나무가 큰돌을 보듬고 있다. 큰돌이 용의 알이다. 수령이 150년 됐다. 마을사람들이 영험하다고 입을 모으는 소나무다. 소나무가 품고 있는 알에 간절한 마음을 전하면 소원을 들어준단다.

전설도 재밌다. 옛날에 한 선비(조풍치)가 마을의 주막에 머물렀다. 주막엔 계모와 계모의 딸(초선), 그리고 마음씨 착한 생모의 딸(음전)이 살고 있었다. 선비는 어여쁘고 마음씨 고운 음전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둘은 혼인을 약속했다.

전설인데, 계모가 가만히 놔둘 리 없다. 계모가 음전과 초선의 '바꿔치기'를 시도한다. 음전을 계곡물에 빠뜨려 죽이고, 초선에게 족두리를 씌워 시집을 보낸다. 첫날 밤, 저녁상에 크기가 다른 젓가락이 올라왔다. 이를 이상히 여긴 조풍치가 원삼족두리에 가려진 색시의 얼굴을 살핀다. 세상에, 음전이 아니다.

깜짝 놀란 조풍치가 밖으로 뛰쳐나가 음전을 소리쳐 부른다. 한밤중에 산중을 헤매던 조풍치가 그만 깊은 연못에 빠져 죽고 만다. 그 자리에 소나무 한그루가 올라왔다. 소나무가 바윗돌 하나를 껴안고 자랐다. 가지는 두 사람이 보듬고 있는 형상으로 변했다. 그 모양새가 영락없이 만삭이 된 임산부 모양을 하고 있다.

아이를 낳지 못한 아낙네들이 치성을 드리면 아이를 갖는다는 전설이 서려있다. 나무에 제를 지내면 부부 사이의 금슬도 좋아진다고 한다. 연인들의 사랑도 이뤄진다고 전해진다.

소나무의 몸통이 여인네의 늘씬한 두 다리로도 보인다. '여인송'이다.

용의 알을 품고 있는 소나무 용란송. 나무의 몸통은 여인네의 다리를 닮았다. 여인송으로도 불린다. 이돈삼

마을에서 풍광 못지않게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람도 있다. 칠갑산 아래 충남 청양을 태자리로 둔 네 자매 복현옥·채옥·영옥·향옥 씨다. 각자 결혼을 해서 따로 살다가 제2의 인생을 설계하며 다시 모였다.

"오래 전입니다. 고로쇠 약수를 마시자고 네 가족 여덟 명이 여기 광양에 모였어요. 큰동서가 살고 있었거든요. 술을 곁들여서 밤새 얘기를 하다가, 큰동서가 '여기(광양) 좋지 않냐'고 묻기에 좋다고 했죠. '기회 되면 여기서 같이 살면 좋겠다'고 하기에 그러자고 했죠. 나중에 좋은 땅이 나왔다며 '사면 좋겠다'고 하기에 또 맞장구를 쳤죠. 그게 시작이었어요. 진짜 내려올 생각은 없었죠. 그냥 인사치레였을 뿐."

네 자매 가운데 둘째인 복채옥(64) 씨의 남편 정호준(66) 씨의 말이다. 그의 표현대로 '말이 씨가 돼서 코가 꿴 셈'이다.

일산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내려온 정 씨는 마을에서 천문대를 운영하고 있다. 150인치 대형 스크린을 갖춘 교육관과 직경 6m의 돔형 천정 스크린 구조물의 플라네타륨관, 직경 3.1m의 천문 관측돔으로 이뤄져 있다. 지자체나 전문기관이 아닌 개인이 지은 천문대다. 설계도 직접 했다. 이름을 '해달별 천문대'로 붙였다.

복씨 네 자매의 광양살이는 20년 전부터 시작됐다. 맏이인 남근수·복현옥 씨 부부가 맨 먼저 들어왔다. 당시 순천에서 법원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남 씨가 광양으로 옮겨 터를 잡았다. 뒤를 이어 막내 김세광·복향옥 씨 부부가 옮겨왔다. 서울에서 운영하던 음식점을 정리하고 내려와 성불계곡에서 음식점과 펜션을 운영하고 있다. 15년 됐다.

셋째 박진형·복영옥 씨 부부는 7년 전에 내려와 아로마테라피 체험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해달별 천문대 바로 아래에 있다. 백운산 자락에서 채취한 약초와 허브를 이용해 오일과 허브향초·천연비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초콜릿과 화덕피자 만들기, 천문대에서 밤하늘의 별과 반딧불이 보기 등과 버무려 복씨 자매 생태체험 프로그램의 중심이다.

하조마을은 도시민들이 산골을 여행하며 체험하기에 맞춤이다. 숲에서 들려오는 이름모를 새들의 울음소리와 갖가지 꽃들의 인사는 덤이다. 산골 풍경도 영화 속 배경처럼 아름답다. 그 풍경 속을 하늘거리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몸도 마음도 금세 행복해진다.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

하조마을 둘레길. 마을의 돌담과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이돈삼

먹음직스럽게 익은 보리앵두. 산골마을의 서정을 채워준다. 이돈삼

아로마테라피체험박물관. 박진형·복영옥 씨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이돈삼

해달별 천문대. 전문기관이나 지자체가 아닌 개인이 세우고 운영하는 천문대다. 이돈삼

해달별 천문대. 전문기관이나 지자체가 아닌 개인이 세우고 운영하는 천문대다. 이돈삼

돌담에서 피어나는 인동. 산골의 봄은 여러 가지 꽃으로 피어난다. 이돈삼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