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22일 오전 시청 브리핑룸에서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무등산 난개발 방지 관련 대시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
광주의 대표적인 생태·문화자원을 지켜내 공익적 가치를 높였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광주의 상징 무등산을 공유화하자는 시민운동이 재점화될지도 관심이 쏠린다.
다만 1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재원 마련과 활용 방안 등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광주시, 신양파크호텔 부지 매입 결정
광주시는 22일 옛 신양파크호텔 부지 매입 방침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이날 대시민 담화문을 통해 "광주시는 신양파크호텔 부지 공유화 범시민 운동에 적극 앞장서겠다"며 "광주시가 부지를 매입하고 시민들과 충분히 소통하며 활용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세계가 인정한 무등산의 생태·문화자원을 잘 보존해 후손들에게 온전히 물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무등산이 갖고 있는 고유하고 독특한 매력을 브랜드화해 국내는 물론 세계인이 즐겨 찾는 세계적 명소로 가꾸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등산의 가치를 보존하고 공익성을 담보하는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들과 적극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 신양파크호텔 부지 매입 배경
무등산 자락 신양파크호텔 부지 개발을 둘러싼 첨예한 논란이 불씨를 당겼다.
신양파크호텔은1981년 무등산 장원봉 인근 1만6000㎡에 3성급 호텔로 문을 열었다. 국내외 외빈들이 주로 묵는 광주의 대표 호텔이었지만, 시설 노후화와 수익 악화로 2년 전부터 영업이 중단되면서, 신양파크호텔 부지에 80세대 규모 연립주택을 짓기 위한 개발 절차가 추진됐다.
업체(컨소시엄) 측은 호텔부지를 포함해 2만5800㎡에 지하 3층 지상 4층 6개동 80여세대 규모의 고급 빌라를 지을 계획이었다.
이를 우려한 환경단체들은 무등산 자락을 훼손할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가 커졌고, 공유화 여론이 높아졌다.
광주시·광주시의회·환경단체·대학 등 광주 각계가 참여해 무등산 공유화 방안을 마련하고 광주시에 건의했다.
호텔 측도 공유화 원칙에 동의하고 공유화 협의 기간에는 개발 행위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 시, 감정평가 후 매입 착수
앞으로 광주시는 감정평가를 거쳐 부지 매입비를 결정하고 시의회와 협의해 부지 매입에 착수할 계획이다.
매입가는 시와 컨소시엄 측의 감정평가 후 평균가로 사들인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개발 지연에 따른 금융 비용 등도 넉넉히 감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최소 100억원대, 많게는 2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부지 활용방안으로는 생태학습장, 소공원, 역사관, 무등산 지질공원 안내소, 친환경적 전망시설, 건물 리모델링을 통한 유스호스텔, 국립 아시아문화전당과 연계한 문화산업 부지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시는 큰 틀에서 매입한 부지는 '공익적' 측면에 놓고 경관과 도시계획을 '친환경 모드'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 재원 조달 방안 등 과제 산적
앞으로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최소 100억원 이상의 시민 혈세를 투입해야 하는 만큼, 재원 조달 방안과 공익적 활용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논리 개발이 필요하다.
적잖은 규모의 세금으로 사들이고도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또 다른 갈등이 빚어져선 안 된다는 여론도 높다.
현재 신양파크호텔 부지뿐 아니라 무등산 자락 곳곳에서는 각종 개발사업이 추진되거나 구상 단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립공원 경계 밖이라는 이유로 유원지·온천보호지구·자연녹지 등을 포함해 일정 규모의 상가, 음식점 등을 운영하려는 것이다.
여기에 2~3년 전부터 광주 학동 등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무등산을 조망할 수 없게 되면서,시민·환경단체들은 공유화 운동에 참여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과거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주도로 1999년 이후 진행돼온 무등산 공유화 시민운동과 큰틀에서 어떠한 연계성을 지니고, 이를 보다 확대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환경 분야 전문가는 "국립공원 경계를 조금만 벗어나도 무등산 자락 주변에는 개발 가능한 땅들이 적지 않다"며 "신양파크 매입을 계기로 무등산은 물론 경계 밖에서도 개발과 보존을 둘러싼 진지한 논의와 공공 유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확대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13년 3월 국내 21번째 국립공원 지정에 이어 2014년 12월 국가지질공원, 2018년 4월 세계 137번째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된 무등산이 후손들에게 물려줄 공공 유산이라는 점을 잊지말아야 할 것"고 강조했다.
박수진 기자 suji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