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작사가 |
첫째, 트로트의 혼종성(混種性) 조합이다. 정통 트로트 비가의 시발은 주지하다시피 이난영의 (1935)이다. 그 후 이미자, 배호, 나훈아, 남진, 심수봉, 주현미로 이어져 내려오며 전성기를 구가한다. 90년대에 침체기를 겪은 트로트는 소위 '뽕끼'로 흥을 유발하는 세미트로트라는 변종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문화 현상은 다시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과 흥미를 끌기 시작한다. 혜성같이 나타난 (2004)의 장윤정을 필두로 박현빈과 홍진영 등이 세미트로트의 계보를 이어가며 새바람을 일으킨다. 즉 정통트로트와 세미트로트의 절묘한 혼종이 현재 세대 통합을 이루고 있는 트로트 열풍의 견인차이다.
둘째, 신세대 가수들의 전격 출현과 세대교체이다. 트로트계의 혁명적인 반전은 송가인,정미애,홍자,임영웅,영탁,이찬원 등 차세대 가수들의 등장과 무관치 않다. 이러한 젊은 피들의 뛰어난 가창력은 중장년층을 포함해서 밀레니얼 세대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5060세대들에겐 그리운 추억의 소환과 소비를, 2030 세대들에겐 내재된 흥과 감성을 솟아오르게 하였다. 이러한 신예 트로트 가수들의 공통점은 오랜 무명 시절 경험과 가계 빈곤이었다. 영화 속 무명 배우처럼 이들은 트로트계에서 매몰찬 한겨울의 삶을 살아야 했다. 실의와 좌절을 발판삼아 고귀하게 피어난 실력파 신세대 가수들의 불굴의 용기와 도전에 대중이 열광하는 이유이다.
셋째, 트로트의 원형인 남녀 간 사랑과 이별 감성의 대중성 부합이다. 사랑과 이별에 따른 슬픔, 설움, 탄식 그리고 눈물은 곧 한(恨)이다. 누구는 헤어져서 슬픔을 느낀다. 누구는 가족과 고향을 등진 채 고독한 이방인이 되어 설움을 느낀다. 어떤 이는 인생무상을 한탄하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이러한 보편적 정서에 눈물이 없을 수가 없다. 슬픔과 설움 그리고 탄식과 눈물이야말로 한민족 고유의 한(恨)이라고 명명할 수 있다. 이와 병행하여 최근 젊은 트로트 가수들의 '뉴 트로트' 노래에 나타나는 정서는 격한 안무에 따른 흥의 발산이다. 반복과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랫말이 특징인 트로트의 '한'과 '흥'의 합작품에 대중이 열광하는 또 다른 이유이다.
넷째,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의 절대적 영향이다. 2019년 2월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방영한 '내일은 미스트롯'은 최종회 18.1%의 시청률을 돌파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2020년 1월 같은 종편 채널에서 방영한 '내일은 미스터 트롯'은 결승전 35.7%의 최고의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하였다. 오직 객관적 노래 실력만이 통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없었더라면 지금 맹활약중인 신진 트로트 가수들의 등장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세상을 뒤엎을만한 기세를 개세지기(蓋世之氣)라고 말한다. 개세지기 할만한 지금의 트로트 열풍은 재미와 흥미를 가미한 TV 경연 프로그램 편성에 힘입은 바가 매우 크다.
트로트는 국민들의 삶과 정서를 반영한 역사적 산물이다. 혼종성을 구현한 트로트 가사와 리듬 그리고 '뽕끼'는 청자들의 마음으로 하여금 핏줄을 뛰게 한다. 잉어가 연못에서 튀어 오르듯 심장을 요동치게 한다. 솔개가 솟아날아 하늘을 찌르듯 폐부를 찌르게 한다. 결국 한국화한 트로트의 DNA인 '한'과 '흥'의 창조적 결합과 조화가 대중과 교감하며 트로트 열풍을 이끄는 일등 공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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