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철도노동조합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20일 오후 광주 서구 광천동 터미널 앞에서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호남지방본부철도노조가 총파업 출정식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제공 |
이날 광주송정역에서는 비상수송체계 가동과 대체인력 투입으로 큰 불편과 혼선은 빚어지지 않았다. 역사 입구와 대합실 매표소 옆에 붙은 시간표는 선명한 '빨간줄'로 일부 열차들의 운행 중단을 알렸다.
직접적인 피해를 호소하는 시민은 드물었지만 대부분 파업 장기화를 우려했다.
●KTX 등 43편 운행 차질
파업 첫 날인 20일, 광주송정역과 광주역은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이었다. 열차 운행 감축이 현실화된 까닭이다.
이날 하루 호남선 KTX 15편과 일반열차 10편, 전라선 KTX 8편과 일반열차 10편 등 모두 43편의 열차가 취소됐다.
전국적으로는 KTX가 평시 대비 68.9%, 새마을호는 58.3%, 화물열차는 31%까지 운행률이 떨어졌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미리 표를 구매한 젊은 층은 주로 "아직까지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고 답한 반면, 매표소에서 표를 구매한 중·장년층들은 "파업 때문에 불편이 크다"고 했다.
아침 일찍 광주역으로 나온 노성자(65·여)씨는 "서울로 가는 열차를 타야하는데 이틀 뒤 오후 10시40분에 떨어지는 기차밖에 남는 것이 없다고 한다"며 "빨리 가는 기차편은 입석권밖에 없어서 4시간 동안 서서가야할 판"이라고 불편을 토로했다.
반면 고향인 경기도 아산시로 돌아가기 위해 광주송정역에 나온 이은주(35)씨는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인터넷으로 예매해서 불편은 없다"며 "양자 간 입장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잘못했다고 생각하진 않아 빨리 원만하게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력 충원 등 놓고 노사 갈등
이번 파업의 쟁점은 '인력충원'과 'SRT-KTX 통합'이다.
인력 충원은 현재 3조 2교대인 근무 체계를 안전 강화 차원에서 4조 2교대로 바꾸고 이를 위해 필요한 인력 4625명을 충원해달라는 게 노조의 요구다.
철도노조가 4조 2교대 전환을 요구하는 것은 지난해 6월 오영식 전 한국철도 사장과 맺은 '교대 근무체계 개편을 위한 노사합의서'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철도 노사는 "2018년 10월1일부터 노사합의로 정한 희망소속에 대한 시범운영을 2019년 말까지 시행하고, 2020년 1월1일부터 근무체계를 개편한다"고 합의했다.
사측도 4조 2교대제 도입에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지만, 인력충원 규모는 더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측의 의뢰한 용역결과가 근거다. 1865명의 추가 채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와 자체 검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철도공사 사측 관계자는 "현재 1000억원 가량 적자가 나는 상태에서 대규모 인력충원을 할 경우 적자 폭이 4000억∼5000억원 대로 커질 수 있다"며 "정부나 국민이 이를 납득하겠느냐"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SRT-KTX 통합'도 노사간 뜨거운 쟁점 중 하나다.
당사자들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수년째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결론을 못 내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노조는 철도공사 적자누적의 원인으로 수서고속철도(SRT)를 지목하고 있다. 노조는 "그동안 고속철도의 수익으로 지방의 산간벽지 등 적자노선을 유지해 왔지만 알짜노선만 운행하는 SRT 탓에 지역의 산간벽지 노선은 점차 줄어들고 존폐의 위기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SRT-KTX 통합을 주장하는 이유다.
반면 사측은 SRT-KTX 통합은 정부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검토가 필요한 문제라 당장 답을 내라는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장기화 가능성도
이번 파업은 기한은 정해놓지 않은 '무기한' 파업인데다, 입장차가 워낙 뚜렷한 까닭에 자칫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노조 측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답변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에서는 장기간 검토가 필요한 문제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인력충원 문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2000명의 추가채용은 2000억원의 적자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적자 누적이 운임 압박과 관리부실로 이어져 서비스질 하락과 국민피해로 귀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또 SRT-KTX 통합에 대해서도 "관련 연구 용역이 강릉선 KTX 탈선 사고로 중단돼 내년께 재개될 예정"이라고 답했다.
노조 측은 "정부와 교섭 창구를 닫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정부에서 진전된 안이 나와야 교섭이 이뤄질 수 있는데 (지금까지 정부에서)그런 것들이 전혀없다"고 말했다.
다만 파업 기간 중에도 협상은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총파업에 돌입하더라도 조기에 마무리될 수 있도록 교섭의 문은 계속 열어둘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공사 사측 관계자는 "철도공사는 마지막까지 노사 협의에 성실히 임해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