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에게 '월드컵 보고서'숙제를 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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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국대에게 '월드컵 보고서'숙제를 내주자
  • 입력 : 2018. 06.25(월) 17:09
  • 이기수 기자
이기수 사진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요즘이다.한국축구 대표팀 경기를 지켜보면서 즐거움 보다는 안타까움과 탄식을 쏟아내는축구 팬들이 많은 것 같다.

 대회 F조 예선 1차전인 스웨덴과의 경기는 유효 슈팅 0개라는 치욕적인 경기력으로 0-1로 졌고, 예선 2차전인 멕시코와의 경기는 2-1로 패배했으나 선수들의 투혼 발휘와 손흥민의 월드클래스급 골로 인해 그나마 위로가 됐다. 27일 독일전이 남아있지만 다득점 승리가 쉽지 않아 한국팀의 16강 진출은 어려워보인다.

 한국축구에 대한 팬들의 실망과 원성이 자자한 것은 월드컵 무대는 시행 착오를 거쳐 빌드업하는 과정이 아니라 4년간 쌓은 경기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해 결과로써 평가받는 자리여서 일게다. 실수는 없어야 하고 선수들은 잘해야 한다. 하지만 태극 전사들은 실전에서 그렇지 못했다. 국가 대표라고 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2라운드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잡았어야 할 스웨덴전과 멕시코전에서 수비수인 김민우와 장현수가 기본기인 태클을 부적절하게 하는바람에 실점했다. 이 실점은 전체 경기 분위기를 망가뜨린 결정적 요인이 돼버렸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부질없는 얘기지만 만약 패널티킥 허용만 하지 않았다면 한국팀의 경기 양상은 크게 달라졌으리라는 것은 세살짜리도 아는 일이다.

이영표 KBS축구해설위원은 멕시코전에서 장현수가 두 차례 태클을 실수하자 "태클은 확실하거나 볼을 확실하게 터치할수 있을때 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는 이어 "장현수의 판단은 존중하나 축구기본에서는 태클해서는 안되는 장면이다. 중·고등학생 어린 선수들이 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특히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 오심을 줄이기 위해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 Video Assistant referee)을 처음으로 도입한터라 상대 골문앞 페널티 박스에서 수비수의 태클은 더욱 신중을 기했어야 할 수칙이었다.코칭스태프는 이를 수비수들에게 주지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실전에서 몸으로 발현되게 훈련을 했어야 했다.

 월드컵이란 빅무대에 서 본적이 없는 두 선수가 위기의 순간 경험 미숙으로 의욕만 앞선 나머지 부지불식간 무모한 태클을 저질러 버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두 선수의 실수를 지적하려는 것이 아니다. 지구촌 축구제전을 4년마다 즐기는 월드컵 마니아로서 대한축구협회에 한 가지를 제안하려한다. 순전히 한국 축구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해서다.축구협회는 한국팀 경기가 끝난 뒤 이번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한 국가 대표 모든 선수들에게 숙제 하나를 부과하기를 바란다. 다름 아닌'러시아 월드컵 보고서'를 작성해 협회에 제출토록 하는 것이다. 이미 내부적으로 해오는 일이라면 다행이지만 축구협회의 올 사업계획에 이 내용이 빠져있어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권해본다.

 큰 사건사고발생때 진상보고서 작성이나 백서 발간을 통해 불행한 일이 되풀이 하지 않도록 매듭을 짓고 넘어가듯이 말이다.

 크게는 승패 요인에서 부터 상대팀의 장단점,상대 선수와 몸싸움할때 받은 느낌까지 시시콜콜한 내용을 세세하게 담도록 해야 한다. 자신의 포지션이 수비수라면 어떻게 했더니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었으며,어떻게 반칙을 해야 심판에게 덜 발각되는지, 그반대는 어떠했는지 등을 자신이 체함한대로 솔직하게 쓰도록 해야 한다. 공격수라면 어느 지점에서 어떤 골문쪽으로 어떤 킥을 했을때 골을 성공시킬수 있는 확률이 높았다든가. 상대 진영특정 지점에서 효과적인 페인트와 접는법이 무엇이었는지,상대 골문앞 페널티 에어리에서는 어떤 드리블이 상대수비벽을 쉽게 뚫을 수 있었거나 ,무리한 태클을 이끌어내 페널티킥을 유발시킬수 있었는 지를 가감없이 적도록 하는 것이다. 골키퍼는 세트피스와 페널티킥 상황에서 선방과 실패한 경험을 소개하면 될 것이다. 영상 자료에서는 감지가 안되고 체험자만이 알 수 있고 터득할 수 있는 감(感)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 보고서 작성의 핵심 포인트다.

  2002년 한·일월드컵때 4강신화 위업을 달성한 주역이었던 박지성·안정환·이영표 선수 3명은 현재 공중파TV 간판급 축구해설위원으로 활동중이다.

 이번 월드컵 경기 중계때 자신의 월드컵 경험담을 풀어내면서 해설을 하고 있는 중이다. 만약 16년 전 이들 해설 위원들로부터 자신의 생생한 경험담을 보고서로 제출토록해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아카이브 자료로 활용했더라면 한국 축구는 지금 상황보다는 진일보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울러 축구의 성격을 좌우하는 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선수들 의 생각(평가)들도 남기도록 해야 한다. 감독과 선수들이 잘 소통(궁합 맞음)해야 경기력이 극대화되는데 그간 감독 선임과 선수 선발 과정에서 불협화음과 진통을 겪고 있는 한국축구의 고질적인 병폐를 개선하는데 활용한다는 차원에서다. K리그 활성화와 유소년 육성이 안되고 있는 한국축구계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개선된다면 굳이 이럴 필요가 없겠지만 시간을 요하는 사안인점으로 볼 때 축구협회가 선수들에게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하면 되는 일이니만큼 한 번은 시도해볼만한 일이라고 주장해본다.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