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어머님의 아픈 어깨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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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칼럼
<세상 읽기>어머님의 아픈 어깨를 위하여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광산구(갑) 지역위원장.광주비정규직센터 이사장
  • 입력 : 2018. 10.17(수) 21:00
  • ghchoi@jnilbo.com
75세의 여성 환자분이 오른쪽 어깨의 통증과 운동장애가 심하여 관절경 시술을 받은 후 물리치료를 받기 위해 내원하셨습니다. 몇 차례 물리치료를 위해 다녀가신 후에도 여전히 통증은 남아있고, 어깨는 잘 올라가지 않고 있습니다. 잠시 한가한 틈을 타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저도 요즘 왼쪽 어깨가 아프고 올라가지 않아서 고생하고 보니 환자들의 고충이 이해가 되더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사실 오십대가 되면서 주변 친구들로부터 어깨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어깨를 많이 사용하지 않지만, 환자 진료차트를 기록하면서 종일 컴퓨터 작업을 하는 것이 통증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하지만 이 어머님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세상살이의 고통이 깊이 새겨진 주름과 늘 눈물이 가득했을 슬픈 눈에 사무친 이야기들이 참 많았습니다. 일찍 홀로 된 어머님은 가난을 견뎌내고 아이들을 기술학교라도 졸업시켜 제 살 궁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건설 일용직 노가다 판을 전전해야 했습니다. 십장의 눈에 거슬리면 노가다 일자리도 얻을 수 없었기에 누구보다도 열심히 십장의 지시에 따르고, 일감을 마무리해야 다음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기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 날 일은 그날에 마무리하기 위해 가냘픈 어깨에 자기 몫 이상의 벽돌을 짊어지고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몸이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지는 하루하루를 보냈지만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결혼 시키는 보람으로 몸이 망가지는 것도 잊은 채 살아왔습니다. 이제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그동안 벌었던 돈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물처럼 하나도 남은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한탄합니다.

세상은 살기 좋아졌다는데, 이 어머님에게 남은 것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자기 집을 마련해서 단란하게 살아가기에도 벅찬 성인이 된 자녀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자녀들을 기르는 일이 너무 벅차서 부모까지 부양하기에는 너무 힘들다는 우리 세대들의 모습. 오늘의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90% 서민들의 모습입니다. 오죽하면 자살을 생각할까, 얼마나 기가 막히면 헬조선이라고 한탄하게 되었을까요. 이것이 2016년 기준 OECD 국가들 중에서 1인당 GDP 22위, 국내총생산 기준으로 보면 8위에 해당하는 경제 대국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들기 위해 평생을 바친 이 여성에게 국가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자식 넷을 기르고 가르쳐 산업 현장의 역군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오로지 그녀의 몫이었습니다. 그녀의 남은 삶을 보살피는 것은 이제 국가가 마땅히 짊어져야 할 책무가 아닐까요?

우리나라는 경제수준을 놓고 볼 때 OECD 국가들과 비교해 지나치게 낮은 복지비 지출 때문에 복지 지체국으로 분류됩니다. 한국의 사회복지 지출은 2016년 기준, OECD 국가군 평균인 21%의 절반 수준인 10.4%, 35개 국가 중 34위로 거의 꼴찌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는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기본 생활을 영위하는 ‘혁신적 포용국가’를 실천 가능한 비전으로 제시하였습니다. 전 국민이 안정된 소득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일 하는 사람에게는 최저임금 제도를 통해 빈곤을 벗어날 수 있는 수준의 소득을 보장하고,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확충하고, 고용보험제도에 의한 실업수당을 통해 기본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소득을 보장하겠다는 것입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여 전 가구의 75% 이상이 추가로 가입하고 있는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의료비 걱정을 하지 않게 의료비의 본인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출 것입니다. 의료비 부담의 요인이 되는 어린이 건강을 국가가 완전히 책임질 수 있도록 하여 삶의 초기 단계에 건강한 출발을 보장하고, 일생 전반에 걸친 불평등을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질병에 가장 취약한 노인들의 경우에도 보건, 의료, 복지를 위한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고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노인 빈곤 문제와 건강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포용국가란 이렇게 국민 모두가 의료, 주거, 소득에 있어서 최소한의 기준 이상의 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국가와 기업, 개인이 협력하여 만들어가야 할 새로운 대한민국의 모습입니다. 우리들의 어머님들이 그 약한 어깨 위에 홀로 짊어질 수밖에 없었던 모든 부담을 이제는 국가와 사회가 나누어 짊어져야합니다.

모두를 위한 국가, 약자를 살리는 세상을 위하여, 그리고 대한민국 모든 어머님의 아픈 어깨를 위하여 .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광산구(갑) 지역위원장.광주비정규직센터 이사장
ghchoi@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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